"귀한 '희토류' 그냥 버리시나요?"…구멍 뚫린 자원안보

[디지털 인프라 폐기물 관리 사각지대]②
디지털인프라에 경제안보 '핵심광물' 함유비중 ↑
폐기물 배출량 급증하는데, 자원순환은 필수
디지털인프라 실태조사 추진…관리 체계화 기틀
"폐기물 광물 추출 생태계 활성화 기대"
  • 등록 2024-10-24 오전 5:32:00

    수정 2024-10-24 오전 7:17:38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우리나라는 리튬, 니켈, 희토류 등 핵심광물의 9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작년 초 핵심광물 수급위기 및 경제안보 대응을 위한 공급망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며 현재 2%에 불과한 재자원화 비중을 2030년까지 2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경제안보차원에서 관리가 필요한 10대 전략 핵심광물로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희토류 5종(세륨, 란탄,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터븀)을 꼽았다.

디지털 인프라 구성 물질(그래픽=이미나 기자)


이런 가운데 디지털 인프라에는 핵심광물 함유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자원순환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I·5G 확산으로 디지털 인프라 폐기물에 희소금속 함유량 증가세

급격한 디지털화와 더불어 전세계 전자 폐기물(E-Waste)이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는 데이터센터와 이동통신 기지국에서 폐기 배출된 서버·스토리지, 송·수신기, 증폭기, 안테나 등의 디지털 인프라 폐기물도 포함된다.

UN의 ‘글로벌 전자 폐기물 모니터(GEM)’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해 전 세계에서 생산된 전자 폐기물은 6200만톤에 이른다. 이는 2019년 5360만톤에서 3년 만에 15.7% 증가한 것이다. 전자폐기물 정보 사이트 더라운드업 조사에 따르면 전자폐기물 중 디지털 인프라 폐기물 비중은 약 8.8%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인공지능(AI)과 5G 확산으로 디지털 인프라 폐기물에 포함된 희소금속 함유량이 높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희소금속은 높은 전도성과 내구성이 특징으로, 전자기기 성능을 극대화해주기 때문에 고성능 서버 부품에 주로 사용된다. 최신 5세대 이동통신(5G) 기지국에는 기존에 사용되지 않았던 바륨, 이트륨 등 희토류 사용이 늘고 있다.

디지털인프라 확산 추세를 볼 때 향후 노후장비 교체에 따른 폐기물 배출량이 급증하면, 재자원화는 자원 안보와 맞물려 중요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 수는 153곳으로 2027년까지 30개의 신규 데이터센터가 추가 준공될 예정이다. 5G 기지국은 현재 전국에 34만 국이 있고, 이보다 빨리 노후화될 3G와 4G 기지국은 각각 28만, 108만 국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인프라 자원순환 관리가 계속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자원안보에 구멍이 숭숭 뚫린 채 손 놓고 있는 것과 같은 수준의 국가적 위기를 방치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실태조사 시급…폐기물 관리 미흡하면 기밀정보도 유출

가장 시급한 것은 디지털 인프라의 제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 대한 실태조사와 데이터 축적이다. 국내 재활용 업체들이 손쉬운 해외 수출을 선택하는 이유는 국내 폐기물 추출 희귀금속 관련 시장이 없어서인데, 정확한 실태 파악이 안돼 기업들이 시장성 검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디지털 인프라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도 이 점에 공감하고 사업 추진을 검토 중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자원 재순환을 위해선 실태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며 “현재 이통사와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들이 개별적으로 장비를 관리하고 있는데 그 현황을 파악하고 각 장비별로 구성 물질과 탄소발자국을 파악하는 일련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정책 연구를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과기정통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은 지난 8월부터 ‘디지털 인프라 자원순환 지원’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는 △디지털인프라 폐기물에 대한 정의 △자원순환 시장의 구조와 규모 △각 장비별 구성물질과 함량 등의 분석이 포함됐다. KCA는 내년 5월까지 실시한 기초 조사 분석을 토대로 디지털 인프라 폐기물을 자원순환하는 데 최적화된 처리 모델과 장기적인 기술개발 로드맵까지 제시할 계획이다.

전기전자 폐기물 회수와 재활용을 규정한 법 제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0년 1월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전자제품 등 자원순환법)’이 제정돼 전기전자제품 생산자에게 자사 제품에서 발생하는 전자폐기물 관리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여기에는 전자폐기물 유형별 의무 재활용률을 설정하고 전자폐기물 관리 추적 시스템 개발을 요구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하지만 회수 및 재활용 의무 대상으로 명시한 제품군이 냉장고, 텔레비전, 컴퓨터, 세탁기, 태양광 패널 등 생활가전·사무기기에 그쳐 데이터센터업체와 이통사는 폐기물품을 불용자산 매각계획에 따라 협력사를 통해 재활용 업체 등에 매각해왔다. 송효택 스코프쓰리협회 이사는 “디지털 인프라가 그동안 기업 자산으로만 다뤄졌기 때문에 폐기물 매각 이후 자원순환이나 탄소 감축은 관리 밖에 있었다”며 “실태 분석이 이뤄지고 정책이 만들어지면 산업 생태계도 함께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디지털 인프라 폐기물 관리 체계 확립은 폐기물 배출 기업의 정보보안 강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전자 폐기물에 포함된 각종 부품을 바탕으로 데이터센터의 설계와 장비 구성까지 유추할 수 있기 때문에 폐기물이 제대로 관리 되지 않을 경우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들이 유·노출 되는 사고를 겪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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