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쏠리는 한국과 달라"…이공계 경쟁 치열한 '이 나라'

'공대 중심' 대만…SKY보단 'SPK'가 익숙
양명교대·칭화대 '신주' 위치…물리적 이점
"韓 돈만 쫓지 말아야…기업도 지원 필요"
  • 등록 2024-07-04 오전 5:35:01

    수정 2024-07-08 오후 1:53:53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이공계 열풍’이 불고 있는 대만에서 반도체 관련 학과로 진학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의대 진학에 몰두해 이공계를 등한시하는 한국 입시와 다른 모습이라는 평가다. ‘이공계 입학=꽃길’인 대만은 반도체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닫고 TSMC 등 기업들이 투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대만 국립칭화대학교의 2024학년도 졸업식.(사진=칭화대학교)
‘공대’ 기준 대학 서열…우수 인재 ‘이공계’로

3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이공계 기준 대만의 최상위권 대학은 국립대만대를 비롯해 국립양명교통대(NYCU), 국립칭화대(NTHU), 국립성공대(NCKU) 등이 꼽힌다. 한국으로 치면 이공계의 SKY로 불리는 SPK(서울대, 포항공대, 카이스트)인 셈이다.

한국에선 종합대학 서열인 ‘SKY’를 많이 거론하지만 대만에선 ‘SPK’가 더 익숙하다. 반도체로 성장한 나라답게 대학 인지도를 평가할 때 이공계를 중심으로 보기 때문이다. 대만의 서울대로 불리는 대만대가 종합대학 기준 1위임에도 이공계 분야에선 양명교대, 칭화대, 성공대가 대만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유다.

이공계 상위권 3개 대학 중 양명교대와 칭화대는 TSMC 본사가 위치한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있다. 신주는 TSMC를 중심으로 전공정부터 후공정까지 반도체 생태계가 갖춰져 있어 인재 양성 측면에서 물리적인 이점을 갖고 있다. 타이완에 위치한 성공대는 대만 남부의 최고 대학으로 꼽히는 명문대로 공학, 컴퓨터과학, 의학 등이 강하다.

특히 연구 중심의 국립종합 대학인 칭화대는 누구보다 반도체에 ‘진심’인 학교다. 칭화대의 반도체연구대를 이끄는 린본젠 학장은 TSMC 수석부사장, 특별연구원 출신이다. 포토 리소그래피(빛을 이용해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그리는 과정)를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과 협력하기도 한 그는 은퇴 후 칭화대에서 인재 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올해 칭화대 반도체연구대를 수석 졸업해 TSMC에 합격한 장민 학생은 “ASML 관계자 등 만나기 힘든 화려한 교수진을 수업 시간에 만났다”며 “여름방학에 TSMC에서 수업을 받고 공학연구원과 협력해 실제 작업을 수행해봤다”고 설명했다. 칭화대는 TSMC, UMC, 마이크론 등 국내외 첨단 기업과 협력한 대학원 ‘반도체 연구학원’을 세우고 올해 첫 졸업생 68명을 배출하기도 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TSMC 1700억원 기부…학생들 실습도 ‘현장’서

대만은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지 깊게 인식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일원이 되면 자국을 부강하게 하고 나라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자부심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대만 역시 한국처럼 의대에 진학하는 게 어렵고 직업 안정성과 명예가 따라오지만, 의대 입시에만 몰두하지는 않는다.

대만 정부와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도 한몫한다. TSMC 이사회는 이달 초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대만대, 칭화대, 양명교대, 성공대 등 4개 국립대와 선정된 일부 고등학교에 약 40억대만달러(약 1699억원)를 기부한다고 밝혔다.

교육 현장에선 의대 입시 쏠림에서 벗어나 ‘자신의 직무로 실현하고 싶은 가치관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인식 개선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공계는 인재 양성이 중요한데 지금처럼 우수 인재가 모두 의대로 가면 향후 대만과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게다가 메모리로 성장한 한국은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중요해진 비메모리 반도체에 취약해 우수한 인력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의대만 선호하는) 한쪽으로의 쏠림은 극히 위험하다”며 “기업들도 인재 양성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등 함께 고민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본사 1층 로비.(사진=조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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