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테슬라 주가가 200달러를 하회하며 개미들과 증권업계가 ‘저점 베팅’에 나서고 있지만, 전기차 업황 둔화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만큼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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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포털서비스 세이브로에 따르면 최근 한 달(10월 18일~11월 17일)간 서학개미의 테슬라 순매수 금액은 3억59만9356달러(3882억원)로 집계됐다. 이 기간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1위로, 2위인 상장지수펀드(ETF)인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국채 3배’(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S)의 순매수액인 8551만달러(1104억원)의 4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테슬라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1.5배 추종하는 ETF인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1.5배(DIREXION DAILY TSLA BULL 1.5X SHARES)’도 최근 한 달 서학개미의 순매수 종목 4위(6156만9781달러·795억원)에 올랐다.
한 달 전(9월 18일~10월 17일)만 해도 서학개미들은 테슬라를 팔기 바빴다. 이 기간 서학개미는 7043만5466달러(909억원) 테슬라를 순매도했다. 하지만 테슬라가 부진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후, 주가가 주춤하자 발 빠른 서학개미는 바로 테슬람(테슬라에 대한 신뢰가 종교적 수준이란 의미로 테슬라와 이슬람의 합성어)으로 돌변했다.
테슬라는 지난달 18일 부진한 3분기 실적을 발표하기도 했다. 테슬라는 올해 3분기 233억5000만달러(30조168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고 밝혔는데 전년 동기보다 8.9% 늘어났지만 시장 전망치(241억달러·31조1370억원)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회사 측은 고금리가 전기차 가격 인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향후 전기차 판매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밝히며 앞으로의 우려를 언급했다.
보름만에 18% 상승…증권사도 ELS 봇물
사이버 트럭 판매 시 1년간 재판매 금지 조건을 명시했고, 인도가 테슬라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외국산 자동차 관세를 낮출 것을 고려한다는 점이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북미에서 전기차 충전소가 테슬라의 전기차(EV) 충전소로 수렴하는 듯한 흐름이 관찰되고 있다”며 “테슬라가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함형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이미 실적 눈높이가 낮아진 상태”라며 “4분기 실적 발표 때 매출총이익률(GPM) 방어와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는 2024년 실적 성장 전망이 주가 반등의 방아쇠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테슬라가 저점이라는 기대에 국내 증권사들도 ELS를 발행하고 있다. 최근 한 달(10월 18일~11월 17일)간 테슬라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발행된 ELS는 93종에 달한다. 바로 직전 한 달간 발행된 테슬라 ELS가 64개인 점을 감안하면 약 45%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상품마다 세부적인 조건은 다르지만 ELS는 보통 대다수 만기를 3년으로 정할 경우, 6개월마다 중간평가를 진행하고 각 기초자산의 가격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을 준다. 향후 ELS의 주가 하락 가능성이 한정돼 있다는 판단에 투자자들에게 이 같은 상품을 제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기차 업황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미국의 고금리가 지속하면서 소비자들이 목돈이 많이 드는 자동차 같은 내구재를 사는 데 주저하는 분위기가 커지는데다 각종 보조금도 줄어드는 분위기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유럽 전기차 시장의 성장률은 2025년까지 20% 수준을 유지하다 이후 10%대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기차 시장의 중장기 성장은 지속하겠지만 그 속도가 낮아지는 구간으로 진입하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