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제도 개선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가 높아지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공매도 제도의 순기능은 살리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지적하는 ‘기울어진 운동장’ 부작용 등을 막을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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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금융위원회가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2013년 9월~2023년 9월 공매도 적발 및 조치현황’ 자료를 이데일리가 분석한 결과 주로 개인투자자가 몰린 반도체·2차전지주에 대한 불법 공매도가 장기간 반복적으로 벌어졌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에코프로(086520) 계열사 등이 주요 타깃이다.
삼성전자(005930)나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 종목을 타깃으로 한 불법 공매도는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지속적으로 적발됐다. LG화학(051910)과 SK이노베이션(096770), 에코프로비엠(247540) 에코프로에이치엔(383310) 등 2차전지주에 대한 불법 공매도도 꾸준했다.
사후 규제가 약하면 불법 공매도를 사전에 막을 대책이라도 촘촘해야 하는데 이 또한 부실한 점도 불법 공매도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를테면 개인 투자자와 비교해 기관과 외국인의 담보비율은 105~120%로 여전히 낮은데다 공매도 대차 기한조차 없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담보 비율·상환 기간을 보면 개인 투자자가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법을 당장 바꾸기 어렵다면 공매도 전산시스템이라도 갖춰야 할 텐데 불법 공매도를 막을 이런 사전 예방조치 또한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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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여야는 주가 버블을 방지하는 공매도 순기능을 고려해 제도는 유지하되, 공매도의 장점을 살릴 묘책을 고민하는 상황이다. 공매도 제도개선안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인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공매도가 주식시장의 순기능을 살리는 제도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도 개선 방향에 공감하지만 법 개정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개선 방식은 법 개정보다는 정부 차원의 대책을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무위 청원심사소위 위원인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불법 공매도를 철저히 단호히 막아야 하지만 국제적인 시장 여건과 해외 투자 여파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준과 다른 공매도 규제안 등을 만들었을 경우 자칫 외국인 투자자의 유입을 막을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제도개선을 수면 위에 올려 대책을 모색하고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인이 기관투자자보다 불리한 건 사실”이라며 “담보비율, 상환기간 등 여러 조건을 공론장에 올려놓고 본격적인 논의를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