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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I 이어 PPI도 월가 예상 하회
15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2%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4%)를 밑돌았다. 7월(-0.4%)과 8월(0.0%) 두 달 연속 주춤하면서 인플레이션 완화 기대감이 나왔다가 9월(0.2%) 들어 상승으로 돌아섰는데, 다시 조금씩 물가가 진정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8.0% 뛰었다. 9월(8.4%) 대비 상승 폭이 낮아졌다. 지난 6월 11.2%까지 찍은 이후 4개월 연속 하락세다. PPI는 지난해 12월 10.0%로 두자릿수로 폭등했고, 올해 들어 1월 10.1%→2월 10.4%→3월 11.7%→4월 11.2%→5월 11.1%→6월 11.2%로 7개월 연속 10% 이상 뛰었다. 그 이후 7월 9.7%로 내려왔고, 8월 8.7%→9월 8.4%→10월 8.0%로 점차 둔화하는 분위기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전월 대비 0.2% 상승했다. 9월(0.3%)보다 완화했다. 1년 전과 비교해서는 5.4% 상승했다. 이 역시 9월 수치를 밑도는 것으로 인플레이션 정점론에 힘을 실어주는 수준이다. 근원물가는 3월 7.1%까지 급등한 이후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로웬가르트 팀장은 “이번 PPI는 마침내 인플레이션이 하락세에 접어들었음을 느끼게 하는데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준의 긴축 속도조절론은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시장은 연준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50bp(1bp=0.01%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릴 확률을 80.6%로 보고 있다. 자이언트스텝이 아닌 빅스텝을 단행한다는데 시장은 기울고 있는 셈이다. 제레미 시겔 와튼스쿨 교수는 “(이번 PPI는) 연준의 피봇(pivot·통화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 가능성을 끌어올린다”고 했다.
연준 긴축 속도조절론 힘 받나
연준 인사들의 언급은 최근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 ‘연준 2인자’ 라엘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전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곧 늦추는 것이 아마도 적절할 것”이라고 밝히며 속도조절론을 뒷받침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완화 조짐이 보일 때까지 금리를 계속 인상해야 한다”면서도 “가능하면 경기 침체를 피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뉴욕채권시장은 반등했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758%까지 하락했다(국채가격 상승).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4.408%까지 내렸다. 증시도 강세 압력을 받았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87%,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1.45% 각각 뛰었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은 PPI가 나온 직후 성명을 통해 “경제에 또 다른 좋은 뉴스가 있다”며 “인플레이션 완화가 시작됐다는 지표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PPI는) 명절 시즌을 앞두고 식품값 상승이 둔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나는 중산층과 근로자 가계에 더 숨 쉴 틈을 주기 위해 민주당과 공화당 누구와도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