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부실 감리가 사고 불렀다"…공공감리 도입 필요성 커진다

[구멍뚫린 건설감리]시공사·조합 눈치에 제 역할 못해
"열심히 일하면 좌천"..감리업계 자조의 목소리
감리 못믿는 대형건설사들 자체 점검시스템 가동
"독립성 위해 지자체가 직접 감리계약 체결해야"
  • 등록 2022-02-04 오전 8:02:33

    수정 2022-02-04 오전 8:02:33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는 날림 공사와 부실 감리로 인해 벌어진 전형적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건설사가 제대로 시공하는지 관리·감독할 수 있는 감리의 독립성 강화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광주 서구 화정현대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구조물 붕괴 사고 현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3일 업계에 따르면 광주 화정 아이파크 신축사업자인 HDC아이앤콘스는 지난 2019년 모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공사를 발주했다. 서구청은 같은 해 5월 경쟁입찰을 통해 A건축사무소를 현장 공정·안전 감독을 책임지는 감리단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정작 감리단에 지불하는 비용은 발주처인 HDC아이앤콘스가 부담했다. 형식상으론 지자체가 감리단에 일을 맡기는 구조이지만 실제로는 시행사나 시공사 등 발주처가 비용을 지불하게 돼 있어서다. 감리업체가 자신에게 돈을 주는 발주처의 눈치를 보면서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이런 탓에 감리업계에서는 업무를 충실히 하다 보면 해고되거나 다른 현장으로 좌천될 수 있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권호경 건설산업비전포럼 사무총장은 “건설현장에서는 시공사의 입김이 크기 때문에 감리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현행법상 재시공 명령·공사중지라는 권한이 감리자에게 주어져 있지만 시공사의 비용 부담이 늘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 실행된 경우는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대형건설사들은 역설적으로 자체 주택현장 점검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주택 건설현장에서 시공품질을 시험하고 관리하는 품질담당자 외에도 ‘인스펙터 인력’을 추가로 배치해 전 세대를 대상으로 품질 검사를 수행하고 있다. GS건설은 QSE(품질·안전·환경)업무를 지원·점검하는 본사 조직을 갖추고 현장공정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다. 현장보고서는 물론 시정·사후 조치까지 모든 현장관리자들이 공유한다. 건설사 관계자는 “현장 점검을 나가면 상주 감리보다 본사의 현장 점검이 더 까다롭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는 시스템의 문제라며 감리자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해야 지적했다. 허가권자(지자체)가 감리업체와 직접 감리계약을 체결해 독립성을 확보하는 공공감리를 도입하거나 감리업체 수행평가를 강화해 무거운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것. 공사감리를 관리할 전문가가 상주한 지역건축안전센터 설치 의무화도 대안으로 꼽힌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는 “감리자들이 왜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는지 분석이 필요하다”면서 “감리 선정은 지자체가 하지만 발주처와 계약하는 구조에서 조합·시공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계약까지 공공기관이 직접 하는 등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으로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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