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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2일(현지시간) 배럴당 59.47달러를 기록, 이달 들어서만 13.9% 올랐다. 연초 이후론 무려 22.6% 상승했다. 장중엔 59.82달러까지 올라 작년 1월 9일(장중 60.31달러) 이후 13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브렌트유(4월물)는 지난 8일 60달러를 돌파한 후 12일엔 62.43달러까지 올랐다. 브렌트유도 장중 62.83달러까지 올라 작년 1월 22일(64.58달러)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국제유가 상승은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원유 재고 감소,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등에 공급 과잉 우려가 축소되고 있는 데다 미국의 1조9000억달러 경기 부양책 추진과 백신 접종 확대에 따라 수요가 회복할 것이란 기대가 낳은 결과다. 미국석유협회(API)는 이달초 미국 원유 재고가 430만배럴 감소해 11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데이터제공업체 케이로스(Kayrros)에 따르면 중국 원유 재고 역시 9억9000만배럴로 1년래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는 2~3월 두 달 동안 자발적으로 일평균 100만배럴을 감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 국제유가 전망치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암리타 센 에너지 에스펙스(Energy Aspects) 수석 석유애널리스트는 “매우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리플레이션 거래로 내년엔 유가(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 위에서 거래되고 100달러를 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수요가 약하기 때문에 펀더멘털과 가격간 괴리가 있을 수 있지만 하반기엔 수요가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런 전망은 백신 접종이 하반기께 충분히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한다. 실제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4일(현지시간) 늦여름까지는 미국인 대부분이 백신을 접종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가 올라가면 정유화학체들이 생산량을 늘릴 가능성이 높아 유가 상승을 저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석유 시추 리그 수는 이달 5일 현재 392개로 1년 전인 작년 2월 7일(790개)에 비해 절반수준으로 줄었지만 가격 상승 영향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경우 미국 내 생산량도 증가하고 OPEC도 원유 생산을 늘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기관들이 유가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지만 현재 60달러 수준보다는 훨씬 낮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브렌트유는 평균 53.20달러, WTI는 50.21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달전 각각 52.70달러, 49.70달러로 전망했던 것보다 소폭 상향 조정한 것이다.
구리·철광석도 상승과 하락 전망 엇갈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 4분기 구리 가격이 95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철광석 가격이 올 상반기 170달러로 다시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3년간 40~60% 더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가격 상승세가 꺾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수요가 예상보다 많지 않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지안클로디오 티-커머더티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가격이 상승할수록 하반기 하락폭은 더 커질 것”이라며 “구리는 9000달러가 되면 팔 기회”라고 말했다. ANZ은행은 철광석 가격에 대해 “1년 목표 가격이 100달러 수준”이라며 “중국 부동산 규제가 철광석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