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입양아 사망' 위탁모 "양부, 양모 강한 처벌 받아야"

아동학대방지협회, 입양아 사망 관련 양천경찰서 항의 방문
경찰 "아동학대 신고 2회·상처 있으면 즉시 부모·자식 분리"
  • 등록 2020-11-17 오전 12:15:31

    수정 2020-11-17 오전 8:17:47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생후 16개월 영아가 학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다 숨진 사건과 관련해 16일 시민단체가 서울 양천경찰서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앞서 세 차례나 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이 부모에게 아이를 돌려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이 커지고 있다.

16일 오후 양천경찰서 앞에서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안일한 태도로 사건을 부실하게 수사한 경찰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항의 서한에서 “만일 세 번째 신고라도 철저히 조사했다면 어쩌면 귀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16개월 입양아 학대 사망 엄마, 방송에선 행복한 모습 연출

사망한 A양이 올해 1월 B씨(구속) 부부에게 입양된 뒤 지난 10월 13일 숨지기 전까지 세 차례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A양이 다니던 어린이집 직원이 A양의 몸에서 멍 자국을 발견하고 첫 신고를 했고, 한 달 뒤 아이가 차 안에 홀로 방치돼 있다며 또 신고가 접수됐다. 9월에는 A양이 다니던 소아과 원장이 A양의 영양 상태를 보고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고가 접수됐을 때마다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학대 증거를 찾지 못하고 A양을 부모에게 돌려보냈다.

심지어 B씨 부부는 A양이 숨지기 열흘 전인 9월 1일, 추석 연휴를 맞이해 방영된 EBS 입양 가족 특집 다큐멘터리에 함께 출연했다. 방송에서 이들 가족은 밝게 웃으며 파티를 하는 등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A양의 이마에는 멍 자국으로 보이는 흔적이 있었다.

B씨는 친딸에게 동생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이유로 A양을 입양했고, 입양 한 달 후부터 방임 등의 학대를 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위탁모의 눈물

생후 16개월 입양아 학대 치사 혐의를 받는 모친 A씨가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직무유기와 아동학대방조를 한 경찰관 문책 △양천서 경찰들에 대한 철저한 아동학대 관련 교육 △입양모에 대한 철저한 살인 혐의 여부 조사 △입양부의 공범이나 방임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 등 요구사항 4가지를 항의서한에 담아 양천서에 전달했다.

공혜정 대표는 “어떤 범죄를 용의자 말만 듣고 수사를 종결하느냐. 이 아이가 사망하고 학대가 자행되는 동안 양천서는 무엇을 했는가”라며 “양천서는 아동학대 근절에 대한 의지가 있는가”라고 주장했다.

이날 A양이 입양되기 전 9개월간 지냈던 위탁가정의 모녀도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머니 C씨는 “양부, 양모 모두 강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그렇게 나쁜 사람들인 줄 몰랐던 것이 통탄스럽다”고 말했다. 딸 D씨는 “아이를 그렇게 학대하고 아무렇지 않게 생활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양모는 구속됐지만 양부는 방임 혐의가 적용돼 구속조차 되지 않았다. 함께 아이를 키웠는데 양모만 학대를 했겠는가. 같이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아동학대 2회 신고·상흔 발견시 분리”

최근 잇따르는 아동 학대 사건과 관련 경찰이 강화된 현장 대응 지침을 내렸다. 향후 아동학대 신고가 2회 이상 접수된 경우 아이의 몸에 멍이나 상흔 의심 흔적이 발견되면 무조건 분리 조치한다.

또 현재 다소 모호한 아동학대의 응급조지 요건을 강화하는 ‘즉시 분리제도’, 법적 근거 마련도 추진하기로 했다.

아동학대 처벌 현행법상 학대 정황이나 응급상황에 해당해야 분리 조치가 가능하지만 조사의 목적이더라도 아동을 즉시 분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송민헌 경찰청 차장은 “말을 잘하지 못하는 아동 특성을 고려했을 때 경찰의 사전 예방적 조치 권한을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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