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양천경찰서 앞에서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안일한 태도로 사건을 부실하게 수사한 경찰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항의 서한에서 “만일 세 번째 신고라도 철저히 조사했다면 어쩌면 귀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사망한 A양이 올해 1월 B씨(구속) 부부에게 입양된 뒤 지난 10월 13일 숨지기 전까지 세 차례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A양이 다니던 어린이집 직원이 A양의 몸에서 멍 자국을 발견하고 첫 신고를 했고, 한 달 뒤 아이가 차 안에 홀로 방치돼 있다며 또 신고가 접수됐다. 9월에는 A양이 다니던 소아과 원장이 A양의 영양 상태를 보고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고가 접수됐을 때마다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학대 증거를 찾지 못하고 A양을 부모에게 돌려보냈다.
심지어 B씨 부부는 A양이 숨지기 열흘 전인 9월 1일, 추석 연휴를 맞이해 방영된 EBS 입양 가족 특집 다큐멘터리에 함께 출연했다. 방송에서 이들 가족은 밝게 웃으며 파티를 하는 등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A양의 이마에는 멍 자국으로 보이는 흔적이 있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위탁모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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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혜정 대표는 “어떤 범죄를 용의자 말만 듣고 수사를 종결하느냐. 이 아이가 사망하고 학대가 자행되는 동안 양천서는 무엇을 했는가”라며 “양천서는 아동학대 근절에 대한 의지가 있는가”라고 주장했다.
이날 A양이 입양되기 전 9개월간 지냈던 위탁가정의 모녀도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 “아동학대 2회 신고·상흔 발견시 분리”
최근 잇따르는 아동 학대 사건과 관련 경찰이 강화된 현장 대응 지침을 내렸다. 향후 아동학대 신고가 2회 이상 접수된 경우 아이의 몸에 멍이나 상흔 의심 흔적이 발견되면 무조건 분리 조치한다.
또 현재 다소 모호한 아동학대의 응급조지 요건을 강화하는 ‘즉시 분리제도’, 법적 근거 마련도 추진하기로 했다.
아동학대 처벌 현행법상 학대 정황이나 응급상황에 해당해야 분리 조치가 가능하지만 조사의 목적이더라도 아동을 즉시 분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송민헌 경찰청 차장은 “말을 잘하지 못하는 아동 특성을 고려했을 때 경찰의 사전 예방적 조치 권한을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