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나 과거 한국모태펀드는 대주주 변경이 투자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판단 아래 정책자금을 회수한 바 있으나 유사한 상황인 화이인베스트먼트에게는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아 불공평한 잣대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화이브라더스코리아의 자회사인 창업투자회사(VC) 화이인베스트먼트는 지난 4월 29일 한국모태펀드 1차 정시출자 사업에 선정, 5월에 펀드 설정을 완료했다.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금 매칭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고려해 펀드 결성액의 70%만 확보해도 펀드를 결성하고 투자를 할 수 있는 패스트클로징(fast closing)제도가 도입되기 시작해 펀드 결성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VC업계에서는 대주주인 화이브라더스코리아의 최대주주가 최근에만 두 번이 바뀌었는데, 펀드 결성과정에서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모태펀드 운용사인 한국벤처투자는 과거 최대주주 변경을 투자 독립성 훼손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고 투자금을 회수한 바 있다”며 “화이인베스트먼트에는 같은 기준이 적용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4월 소빅창업투자가 251억원 규모의 소빅콘텐츠초기개발투자조합 운용사로 선정됐다가 펀드 투자금을 환수당했다. 선정 이듬해 4월 담배용지 생산업체인 유니온테크가 35억원을 들여 소빅창투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최대주주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소빅창업투자는 대우증권 출신의 박현태 대표가 대학 동창 2명과 함께 설립한 창업투자사로 2000년 12월, 100억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조합을 설립하며 콘텐츠 투자 업계의 큰 손으로 부상했었다.
화이인베스트먼트 측은 모기업의 최대주주가 바뀐 것이기 때문에 법상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화이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화이인베의 주인은 여전히 화이브라더스코리아”라며 “화이브라더스코리아의 대주주가 바뀐 것이고 법적으로 LP 보고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화이브라더스코리아의 대주주가 변경됐을 때 주요 LP에게 알렸고, 이번에 공동경영 형태로 바뀌는 것에 대해서는 내용 파악을 한 다음에 LP들에게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국모태펀드는 “관련한 사항을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모태펀드가 1차 정시출자 사업을 선정할 즈음에 화이브라더스코리아는 매물로 나왔으나 한국모태펀드는 이들 경영진에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화이브라더스코리아는 ‘김윤석’, ‘유해진’, ‘주원’, ‘수애’ 등 국내 탑 배우들을 포함한 50여 명의 아티스트들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다. 화이브라더스코리아는 지난 2016년 4월에 중국 미디어 기업인 화이브라더스가 자회사인 화이러헝유한공사를 통해 지분 29.61%를 인수하면서 중국계 회사가 됐다. 하지만 화이러헝유한공사가 화이브라더스코리아를 매각하기로 하면서 최대주주는 지난달 21일 엔에스엔(031860)으로 바뀌었다. 엔에스엔은 화이브라더스코리아 지분 42.21%(1221만3786주)를 488억원(주당 4000원)에 인수했다.
다만 공동경영을 위해 같은 날 엔에스엔은 화이브라더스코리아 지분 가운데 절반이 조금 넘는 625만주(지분율 21.60%)를 250억원(주당 4000원)에 세미콘라이트(214310)에 팔기로 했다. 이에 화이브라더스코리아 지분은 세미콘라이트(21.60%)와 엔에스엔(20.61%)이 나눠서 보유한다. 7월 한달에만 최대주주 변경이 두 번 일어난 셈이다.
화이브라더스코리아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중국 본토에서의 사업이 어려워 지분 매각을 진행한 것으로 안다”며 “최대주주가 바뀌고 임원진이 바뀌면서 모태펀드 측에서 특별한 조처는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전 대표가 진행했던 사안이라 세부적인 사항은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VC업계 관계자는 “세미콘라이트(디스플레이관련사업)와 엔에스엔(컴퓨터장비·자전거 사업) 모두 연예매니지먼트 사업을 했던 회사는 아니다”며 “화이인베스트먼트가 자칫 투자 독립성이 훼손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