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CJ제일제당, 농심, 오리온. 식품기업 3사의 공통점은 상반기 국내보다 해외 사업을 더 잘했다는 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모두를 괴롭혔지만, 이들에겐 오히려 수혜로 작용했다. 일회성 수혜가 아닌 장기적 기회로 닦아가려는 이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 비비고 현지화 상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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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식품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CJ제일제당과 농심, 오리온의 상반기 매출에서 해외 실적은 전년 동기보다 크게 성장했다. 관건은 하반기에도 지금의 상승세를 유지하는가다.
전망은 나쁘지 않다. 하반기 CJ제일제당 식품부문 매출에서 슈완즈(1조4852억원)와 글로벌(5880억원)이 작년보다 9.9%와 15% 각각 증가할 것으로 카카오페이 증권은 점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런 전망에 부합하고자 하반기 상품 외연을 확장할 계획이다. 선봉에는 ‘김’을 내세운다. 김은 한국에서는 밥에 곁들이는 반찬으로 통하지만, 외국에선 스낵으로 인지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으로 수출을 시작한 ‘애니천 유기농 김스낵’은 코스트코에 입점돼 팔리기도 했다. 작년 미국 서부에 구축한 김 전문 생산기지는 최근 본격 생산에 착수한 상태다.
앞서 ‘비비고 만두’가 현지화에 성공한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승부를 겨뤄볼만하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치킨 만두’는 한국에는 없는 현지 전용 제품인데, 미국인이 닭고기를 즐기는 점을 공략했다. 미국인 입맛을 고려해 부추가 아닌 고수로 만두 속을 채운 것도 적중했다.
자회사 슈완즈와의 시너지도 현지 공략에 주효했다. 슈완즈가 확보한 미국 전역의 대형마트 점포 3만여 개는 CJ제일제당의 잠정 납품처다.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이 코로나19 수혜를 입은 것이라기보다, 슈완즈와의 시너지가 코로나19로 앞당겨진 것’이라는 분석도 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하반기는 슈완스와 시너지 극대화에 집중해 미국 식품사업 매출을 끌어올려 아시안 냉동식품사업 분야 1위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 농심의 미국 버스광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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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도 하반기가 상반기만큼 좋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키움증권은 농심의 3분기와 4분기 해외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5%와 28% 각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성장세(30%)가 이어지리라는 관측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강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올해 상반기 미국 매출은 약 1억 6400만 달러(약 1956억원)를 기록해 전년보다 35% 늘었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하반기에도 매출 증가 폭은 30% 초반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 관계자는 “하반기에 월마트를 비롯해 크로거, 코스트코, 샘스클럽 등 메이저 유통업체에 라면 판매망을 늘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신제품 출시 일정과 방식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 오리온 제품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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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도 상반기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 매출 증가율이 두 자리 수를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이 성적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출시한 쌀과자 반응이 좋은 만큼 쌀과자 신제품을 출시해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중국 시장은 지난달 출시한 ‘오감자’와 ‘초코파이 정(情)’ 신제품을 중심으로 스낵 판매망을 넓혀가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