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조선·자동차 등 7대 기간산업에 지원
애초 시장에서는 정부가 2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정부는 규모는 40조원 규모로 키웠다. ‘충분한 규모’의 돈을 마련해두고 위기에 대비하려는 취지다. 재원은 국가가 보증하는 기금채권이다. 여기에 민간펀드나 특수목적기구(SPV) 출자를 통해 민간자금을 더 유치할 방침이다. 위기대응 수단인 만큼 5년간 한시 운영된다.
지원대상은 항공, 해운, 조선, 자동차, 일반기계, 전력, 통신을 포함한 7대 기간 산업이다. 고용과 국민경제에 영향을 고려해 추렸다. 해당 기업 가운데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거나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신청하면 정부가 심사한 뒤 지원하는 구조다.
산업 특성과 개별 기업 수요에 맞춰 대출이나 지급보증, 출자 등 지원 방식도 다양하다. 예를 들어 리스비용 탓에 부채비율이 높은 항공사의 경우 기금이 자본형태로 지원하면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다. 민간자금과 노하우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펀드나 SPV에 대한 출자나 신용 공여를 허용하기로 했다.
국민의 세금이 지원되는 만큼 깐깐한 조건이 붙는다. 대기업 지원에 대한 특혜 논란을 피하고 도덕적 해이도 막기 위해서다.
먼저 일정한 자구노력이 기본 전제로 깔린다. 여기에 고용안정 요건이 붙는다. 기금의 지원을 받으면 6개월 이상 일정비율 이상의 고용 총량을 유지해야 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원받은 기업이 정상화하면 주가가 올라갈 텐데, 정부가 보유한 주식을 팔아 차익은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라며 “일부에서 걱정하는 국유화와는 관계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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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시간이다. 과연 자금 지원이 필요한 기업의 골든타임을 맞출 수 있느냐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설치하려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산업은행법을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기금채권에 대한 국가보증 절차도 필요하다. 정부는 최대한 절차를 서두른다는 방침이지만, 국회 통과부터 난관이다. 총선이 끝나 20대 국회는 동력을 잃었고 21대 국회가 가동되려면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총선에서 패한 야당이 정부 정책에 협조적으로 나올지도 불확실하다. 국회 논의과정에 지연된다면 지원이 다급한 기업 입장에서는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계 “환영하지만 과도한 조건은 부담”
재계는 일단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간 코로나19 관련 지원정책이 중소·영세기업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산업 연관 효과가 큰 기간산업에도 대규모 정책 자금이 투입된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항공·자동차·정유 등 산업이 코로나19로 경영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말처럼 과연 신속한 집행이 이뤄질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또 지원을 받기 위한 자구노력의 수준을 결정하는 부분도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업계 전체가 코로나19로 인해 휴직에 들어간 상황인데, 더 강도 높은 자구책으로 뭘 내놔야할지 모르겠다”면서 “5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할 텐데 약속한 대로 신속한 집행이 이뤄질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면 기업의 자율경영이 훼손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익공유차원에서 주식 전환으로 대신 상환하는 것이 과도해지면 추후 기업 자율경영 측면에서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익공유에는 이견이 없지만 앞으로도 기업의 자율 경영이 침해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