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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자 정부는 생산량의 80% 이상을 공적물량으로 배정하고 지난 9일부터 일주일간 1인 2매 구매 제한을 둬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배분토록 했다. 사실상 마스크 준(準)배급제를 실시한 것이다.
공적마스크는 매일 오전 약국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어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서울 시내 대기업에 다니는 최모씨(37)는 “점심시간에 가면 이미 판매가 끝난 상태고 집에 가족들이 있지만 대리구매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해 온라인 구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한달 전에 비해 온라인에서 마스크를 구할 수는 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별다른 통제가 적용되지 않은 온라인 시장에서는 여전히 마스크 가격이 높은 수준이다. 10일 현재 포털사이트의 최대 중고거래 카페 중고나라에서는 KF94 마스크가 3000~4000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쿠팡은 같은날 KF94 마스크가 낮게는 3000원 안팎에서 높게 6000원 이상에 판매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쿠팡이 직접 마스크를 구입·배송하는 로켓상품의 한 장당 가격이 1000원 이하인 것도 많지만 장기간 ‘일시 품절’ 상태여서 사실상 구입이 불가능하다.
공적물량 확대에 따른 민간물량 수급 불안에 대비해 정부는 마스크 3000장 이상 판매 시 온라인으로 신고하고 1만장 이상은 승인을 받도록 규제를 마련했다. 물량은 한정됐는데 구매력이 높은 기업이나 지자체 등으로 쏠리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온라인 등 민간 유통시장에서 거래하는 가격까지 낮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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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5일 마스크 수급 안정 대책을 통해 필요할 경우 즉시 최고가격을 지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금은 거래 현황을 살피면서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9일 브리핑에서 “온라인과 일반 오프라인 판매에 대해서 모니터링 중이고 유통시장 동향을 분석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 선에서 최고가격을 설정하면 과도한 폭리를 억제하면서 물량을 많이 공급할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 시장에 대해 과도한 개입이라는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현재 코로나19 사태 심각성이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기재부 물가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특수하다보니 (마스크) 수급이 안 좋은 여건에서 할 수 있는 수단은 다 검토하고 있다”며 “물가안정법에 근거규정이 있는 만큼 고시를 통해 언제든 최고가격을 지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생산량의 80%인 공적물량을 100%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의당은 “건강을 지키는 데 불평등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마스크 대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100% 공적 통제, 무상 지급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전면 무상공급이 아니어도 재난 상황인 만큼 정부가 마스크 물량을 전면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마스크 사태는 심리적 문제도 있는데 정부가 100% 물량을 관리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불안을 완화할 수 있다”며 “예산 문제는 재난관리기금을 투입해 마스크 가격을 낮추는 방식을 검토하면 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