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자동차 오너라면 새차를 뽑았을 때 설렘을 잊지 못할 것이다. 신차인데 행여 '문콕이라도 당할까' 애지중지 하는 것은 물론 새차에서 잠을 청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가장 좋은 차는 새차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듯 시간이 지나면 차에 대한 애정도 떨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수 천만원을 호가하는 차를 쉽사리 바꿀 수는 없다. 이럴 땐 다시 한 번 정을 주는 묘안이 필요하다. 가령 랩핑을 하거나 휠을 바꾸는 등의 드레스업 튜닝이 동원된다. 이런 작업은 꽤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돈을 들이지 않고 내 차에 대한 애정을 살릴 방법이 있다. 바로 숨겨진 기능을 찾는 것이다.
가장 먼저 쌍용차의 ‘땡큐 깜빡이’이다. 쌍용차에는 모두 달려있다. 스티어링 휠 왼쪽 뒤에 위치한 방향지시등 레버 끝에 위치한다. 한 번 누르면 비상등이 3번 깜빡여 이른바 ‘매너 깜빡이’로 불린다. 끼어들기가 잦은 도심에서 양보한 뒤차에게 고마움의 표시를 할 수 있는 유용한 기능이다. ‘센터페시아에 있는 비상등을 키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최근 출시되는 차량에 장착되는 원터치 방향지시등이 3번 깜빡이는 것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쌍용차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매너 깜빡이는 고객 선호도가 높아 애프터 마켓에서 부품을 구해 별도로 장착하는 소비자도 있을 정도다.
쉐보레 차량에는 숨겨진 수납공간이 있다. 바로 '시크릿 큐브'다. 디스플레이 뒤쪽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만들었다. 시크릿 큐브를 처음 기획한 김태완 전 한국GM 디자인 총괄에 따르면 “차량 센터페시아 단면도를 보다가 오디오 조작부와 디스플레이 뒤쪽에 꽤 많은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만들었다”고 말한다. 차량을 주차해 둘 때 지갑과 같은 귀중품을 보이지 않는 곳에 둬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시크릿 큐브 이름 그대로 큐브를 여는 버튼도 숨겨져 있다. 대리운전이나 발렛 주차를 맡길 때도 유용하게 사용 할 수 있다.
자동차 실내 청소를 하기 위해선 세차장에 설치된 진공청소기를 이용하거나 차량용 청소기를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혼다 미니밴 오딧세이에는 진공청소기가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 패밀리카로 많이 사용되는 미니밴인 만큼 과자부스러기나 먼지에 민감한 부모를 위한 핫 아이템이다. 트렁크 왼쪽 벽 안에 자리하고 있다. 진공청소기 호스로 차량 구석구석을 청소 할 수 있다. 흡입력도 꽤나 좋아 차량 실내 청소에는 안성 맞춤이다. 게다가 호스의 길이가 길어 옆에 세워둔 차량의 실내 청소까지 가능하다. 번거로움을 말끔하게 씻어주는 숨겨진(?) 옵션이다.
기능적 용도는 없지만 감성적으로 훌륭한 아이템도 있다. 바로 폴크스바겐 비틀의 ‘꽃병’이다. 지난 2012년 3세대 모델이 나오면서 2세대 비틀 기본 옵션이었던 꽃병이 사라졌다. 비틀 마니아들 사이에선 2세대 비틀의 향수를 잊지 못하고 송풍구용 꽃병을 별도로 구입해 2세대 비틀을 기억하는 소비자도 있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계절에 맞는 꽃이나 좋아하는 인형으로 꽃병을 장식한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리빙 룸처럼 편안한 공간이 되길 바라는 제조사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초 럭셔리 세단의 정수로 불리는 롤스로이스에도 특별한 옵션이 있다. 바로 도어에 위치한 우산이다. 우산 가격만 100만원이 넘는다. 도어에 살짝 튀어나와 있는 우산 손잡이를 누르면 튀어나온다. 특수한 소재를 사용한 우산을 사용한 뒤에는 물기를 털 필요가 없이 잘 말아서 다시 구멍에 넣어두면 된다. 우산 수납함 내에는 별도의 건조기능이 있어 언제나 새 것처럼 뽀송뽀송한 상태를 유지해준다. 뒷좌석에 타는 VVIP가 '비를 맞지 말라'는 롤스로이스의 친절한 배려다.
내 차에 있는지 몰랐거나 알았지만 잘 사용하지 않았던 기능이 있다면 하나씩 사용해 보는 것도 차에 대한 애정도를 높이는 방법 중 하나다. 위에 나열한 특이 옵션 이외에 최근 출시한 대부분 차량에 장착된 오토라이트 기능을 활용하지 않는 운전자도 많다. 라이트 조작 버튼을 오토로 맞춰 놓으면 별도의 조작 없이 주변 채광을 감안해 스스로 라이트를 켜고 끈다. 행여 오토 라이트로 설정하면 “차량 문을 잠그더라도 라이트가 안 꺼져 방전되진 않을까”라는 염려는 할 필요가 없다. 일정 시간 동안 켜져 있다가 스스로 꺼진다. 자동차가 보내는 일종의 작별 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