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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 확정판결에서 법령 위반이 발견된 경우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재판을 다시 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비상상고에 따른 판결 효력은 원판결이 유죄 등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때에만 미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형제복지원 과거 판결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대법원을 통해 인정되면 강제수용 자체가 정당행위가 아니었다는 게 돼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이나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12일 대검 관계자는 “비상상고 여부와 발표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다만 검찰 입장에서 비상상고 요건이 되면 비상상고를 안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조만간 형제복지원 사건의 비상상고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당시 부산지검 울산지청 김용원 검사는 당시 박인근 원장과 직원들을 특수감금과 업무상 횡령(원생을 위한 국고 보조금을 횡령한 행위)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특수감금 혐의가 내무부 훈령에 따른 정당행위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박 전 원장은 업무상 횡령 혐의만 인정돼 징역 2년 6월의 형을 받고 결국 2016년 사망했다.
하지만 검찰 개혁을 논의하는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와 검찰 과거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한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최근 이 사건의 무죄 부분이 비상상고를 할 수 있는 ‘법령 위반의 심판’에 해당한다며 문 총장에게 비상상고를 권고했다. 무죄 판결 근거였던 내무부훈령이 법령 위임 등이 없어 위헌·위법하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비상상고 절차를 통해 형제복지원 사건 판결에 법령 위반이 있었다는 사실이 대법원에서 인정되더라도 원판결이 위법했다는 선언적 의미만 갖게 된다.
과거사조사위에서 주도적으로 형제복지원 사건을 재조사한 박준형 변호사는 “당시의 잘못된 판결을 파기하는 것이지만 무죄를 유죄로 바꿀 수는 없다”며 “일종의 명예회복 같은 것으로 (비상상고 판결이) 특별법의 논거가 되거나 그를 통해 국가를 상대로 문제제기(손해배상)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과거사위는 정부에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추가 진상규명 및 피해 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