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3명 사망 형제복지원 원장 '무죄'…비상상고로도 못 뒤집는다

형제복지원, 특수감금 혐의 무죄→유죄로 변경 못해
원심 판결, 유죄 등 피고인에게 불이익할 때만 변경 가능
"비상상고, 법령 위반한 판결에 가능…명예회복 조치"
  • 등록 2018-11-13 오전 6:00:00

    수정 2018-11-13 오전 6:00:00

고(故) 박인근(오른쪽) 형제복지원 원장이 1985년 11월 전두환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 받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대법원이 1980년대 대표적인 국가폭력인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을 비상상고 절차를 통해 다시 심리하더라도 당시 형제복지원 원장 등의 특수감금 혐의 무죄는 유죄로 바뀌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형사사건 확정판결에서 법령 위반이 발견된 경우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재판을 다시 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비상상고에 따른 판결 효력은 원판결이 유죄 등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때에만 미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형제복지원 과거 판결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대법원을 통해 인정되면 강제수용 자체가 정당행위가 아니었다는 게 돼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이나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12일 대검 관계자는 “비상상고 여부와 발표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다만 검찰 입장에서 비상상고 요건이 되면 비상상고를 안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조만간 형제복지원 사건의 비상상고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당시 내무부 훈령에 따라 무연고 장애인, 고아, 노숙인 등을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로 격리 수용하고 노역·폭행한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복지원 공식통계로만 513명이 숨졌다. 형제복지원의 위법행위는 부산시의 방조와 묵인하에 이어졌고 수사를 중단, 축소하려는 정부, 검찰, 부산시장의 외압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부산지검 울산지청 김용원 검사는 당시 박인근 원장과 직원들을 특수감금과 업무상 횡령(원생을 위한 국고 보조금을 횡령한 행위)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특수감금 혐의가 내무부 훈령에 따른 정당행위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박 전 원장은 업무상 횡령 혐의만 인정돼 징역 2년 6월의 형을 받고 결국 2016년 사망했다.

하지만 검찰 개혁을 논의하는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와 검찰 과거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한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최근 이 사건의 무죄 부분이 비상상고를 할 수 있는 ‘법령 위반의 심판’에 해당한다며 문 총장에게 비상상고를 권고했다. 무죄 판결 근거였던 내무부훈령이 법령 위임 등이 없어 위헌·위법하다는 이유에서다.

비상상고는 그 신청이 이유가 있으면 원판결의 위반 부분을 파기해야 한다. 단 원판결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때에만 원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판결하며 그 외에는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박 전 원장이 특수감금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아 피고인에게 유리한 경우다.

따라서 비상상고 절차를 통해 형제복지원 사건 판결에 법령 위반이 있었다는 사실이 대법원에서 인정되더라도 원판결이 위법했다는 선언적 의미만 갖게 된다.

과거사조사위에서 주도적으로 형제복지원 사건을 재조사한 박준형 변호사는 “당시의 잘못된 판결을 파기하는 것이지만 무죄를 유죄로 바꿀 수는 없다”며 “일종의 명예회복 같은 것으로 (비상상고 판결이) 특별법의 논거가 되거나 그를 통해 국가를 상대로 문제제기(손해배상)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과거사위는 정부에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추가 진상규명 및 피해 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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