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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영 카카오 포털부문 총괄 부사장은 “성평등 현안과 관련한 사회적 논쟁과 갈등을 피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오는 10월 16일 ‘제7회 이데일리 W페스타’의 연사를 맡는 임 부사장을 경기 성남시 판교 H스퀘어 사무실에서 먼저 만났다.
“유리천장, 스스로도 목소리 내야 밀어올릴 수 있어”
‘문과생, 40대, 여자’. 임선영 부사장과 함께 등장하는 수식어다. 1999년 인터넷 한겨레 뉴스팀 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2004년 다음에 입사해 뉴스 에디터와 미디어 팀장, 콘텐츠그룹장 등을 거쳐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공학도, 30대, 남자’란 수식어로 대변되는 IT업계였기에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임 부사장은 “이쪽 업계는 누가 실력있고 무능한지가 곧바로 드러나는 분야”라며 “지금 이 자리에 오른 것도 종이신문에서 PC로, PC에서 모바일 등 정보 창구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며 생존 방식을 치열히 고민한 결과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온라인 토론장인 ‘아고라’, 외부 블로거들의 글을 뉴스로 만드는 ‘블로그 뉴스’, 독자 펀딩으로 콘텐츠를 생산해 결과물을 내놓는 ‘뉴스펀딩’ 등 다음 카카오 뉴스 플랫폼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왔다.
나름의 노력만으로 부족했다. 그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과 회사의 이해관계·목표 간 괴리를 명확히 인식하고나서부터는 누군가 나의 진가를 알아주기까지 손놓고 기다릴 수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본부장 시절 우연히 대표와 독대하며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순간이 있었는데 이 때가 기회라 생각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대표에게 ‘전 책임감을 충분히 발휘할 준비가 돼 있으니 믿고 활용해 보시라’는 말을 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그 일을 겪은 뒤 두 달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임 부사장은 “그 때 자신이 당돌히 던진 말에 실제로 대표가 승진조치를 결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 때 처음 혼자 힘으로 바위를 밀어올린 듯한 성취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용기를 냈고 그 용기로 한 변화를 만들어냈단 사실에 뿌듯함을 느꼈다”며 “지금도 여성 직원들에게 그 때 이야기를 하며 용기 내 목소리를 내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 목소리가 제대로 닿기까지 어려움이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목소리를 내야 변화도 있지 않겠나”고 강조했다.
경단녀 막으려면 男 육아정책 활성화해야
이어 “조직의 리더 등 사회 각계의 의사결정자들이 책임을 가지고 이들이 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트렌드임을 인식하고 이해한 뒤 제대로 된 결정을 내려줘야 불필요한 갈등을 낳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이 사회 뿐 아니라 경제적 편익을 위해서라도 여성의 경력단절과 일·가정 양립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임 부사장은 “직장 여성의 육아 의무를 보장하는 모성보호 정책이 오히려 여성의 경력단절을 심화시키고 있고 이는 기업 입장에서도 손해”라며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차별받지 않기 위해서는 남성도 주요 양육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할 정책과 제도가 확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성 육아휴직을 활성화하면 여성을 뽑든 남성을 뽑든 육아와 가사로 인한 경력단절이 생기지 않고 채용도 공평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법과 제도가 확립된 후 있는 제도를 얼마나 잘 활용할 것인지는 조직의 의사결정자들에게 달려있어요. 실제로 카카오는 성별에 따른 채용 차별을 막기 위한 블라인드 채용과 유급 자녀돌봄휴가(10일) 제도를 갖추고 있고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습니다. 자유롭게 육아휴직과 돌봄휴가를 신청하는 남성 직원들을 보면 뿌듯합니다.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남성이 한 명 늘어나면 경력단절을 겪을 여성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