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세수에 기댄 돈 풀기, 고용 해법 아니다

국세수입, 고소득층·대기업 비중 커져
세금, 소득재분배에 쓰이는 지 따져봐야
  • 등록 2018-08-23 오전 6:00:00

    수정 2018-08-23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 발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일자리 참사 성적표가 나오자 그 원인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시작된 소득주도 성장 정책 때문인지 각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시중에 더 많은 돈을 풀어 급한 불을 꺼야 한다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실제로 경기가 침체됐을 때는 정부가 확장적 재정 지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기본적인 경제 이론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올해 상반기 국세수입이 19조3000억원 더 들어왔다”면서 “현 정부가 처음 짰던 5년 중기재정계획보다 세수가 60조원 이상 더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세입 여건이 양호해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자영업자·소상공인을 지원하고, 일자리를 만드는데 정부 돈을 더 많이 투입하기에 재정부담은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지속할 수 있을 정도로 세입 여건이 앞으로도 양호할 지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세수 호황은 법인세 등 고소득·대기업의 증세 영향이 컸다. 반도체 호황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는 법인세액 납부 1·2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2조4880억원에서 작년 8조2991억원, SK하이닉스는 2016년 5705억원에서 작년 2조5812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배 이상 법인세를 더 많이 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세법 개정을 통해 법인세 관련 각종 비과세·감면을 축소·폐지했다. 2015년 신설한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법인세 추가 과세를 골자로 하는 기업환류세제 납부를 작년까지 이월시킨 것도 법인세수 호황에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도 작년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 호조로 인해 관련 세수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증권거래세가 더 많이 걷힌 것도 영향을 끼쳤다.

더 걷힌 국세수입을 자세히 뜯어보면 전체 세수에서 고소득층·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고소득층·대기업 세수 호황을 계속 낙관하기는 어렵다. 반도체 경기가 정점을 찍었다는 경고음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더욱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나 미중 무역전쟁이 가속화되면 대기업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쳐 세수가 작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기업 실적은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고, 부동산시장은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 규제로 인해 세수호황을 지속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일자리 참사의 불을 끄기 위해 내년 예산안에도 이전보다 더 많은 재정을 푼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의 세수 호황만 믿고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접근은 더 큰 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 고소득층·대기업에 대한 세수의존도가 커진 것이나 정부는 초과세수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 모두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걷힌 세금을 소득재분배와 내수경기 활성화에 제대로 투입되고 있는 지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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