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투더금융]①사이버 은행원 나한미, 사이버 보험설계사 안시미를 기억하시나요?

  • 등록 2018-08-04 오전 6:00:00

    수정 2018-08-04 오후 8:03:24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사이버 은행원 나한미 대리와 사이버 보험설계사 안시미 대리를 기억하시나요.”

1998년 1월 국내 최초의 사이버 인간이 등장했습니다. 이름은 바로 아담입니다. 직업은 가수였습니다. 아담에 이어 하나둘 탄생한 사이버 인간 가운데는 금융기관에서 종사하는 이들도 있었으니 나 대리와 안 대리입니다. 아직 기억이 나지 않으십니까. 차례대로 두 사이버 인간을 조금 더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한미은행 나한미 대리.
나한미(29) 대리는 구 한미은행(현 한국씨티은행)에 공채 1기로 입사한 5년 차 프라이빗 뱅커(PB)입니다.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습니다. 1999년 2월 19일부로 한미은행 인터넷 홈페이지로 발령났습니다.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습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부임 두 달 만에 나 대리는 한미은행의 인기스타로 급부상했습니다. 예금부터 외환까지 은행 업무 전 분야에서 깊이 있는 상담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신 있는 분야는 개인별 특성에 맞춘 포트폴리오 구성과 세무, 부동산 등 재테크였다고 합니다. 고객들로부터 하루에 10건 내외, 한 달에 200건 안팎의 문의를 받을 정도였습니다.

영업실적도 뛰어났습니다. 2000년 초 벤처기업인 엔머니뱅크는 증자대금을 운영하는 요령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나 대리를 믿고 한미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나 대리는 2000년 4월 네띠앙에 문을 연 사이버지점에 지점장으로 승진 발탁됐습니다. 2001년 1월 애완동물로 분홍색 돼지 핑코(pink+Koram)를 입양했습니다. 이후 한동안 언론 노출이 뜸하더니 소리소문없이 지점장직을 물러났습니다.

삼성화재 안시미 대리.
안시미(28) 대리는 대학에서 보험경제학을 전공한 경력 5년 차 보험 설계사입니다. 1999년 7월 7일부로 삼성화재 홈페이지에 마련된 사이버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보험가입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근무시간에는 실시간 상담을 하고 다른 고객과 상담 중이거나 근무시간이 끝난 후엔 예약상담도 받았습니다. 안 대리는 2000년대 초중반까지 제자리를 지킨 채 고객과의 상담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이버 공간이 어느 순간 온라인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사이 사이버 인간을 대신해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속속 금융기관을 차지했습니다. NH투자증권이 2015년 12월 국내 최초로 로봇 PB ‘큐브(QV)로보’를 채용한 이후부터입니다. 우리는 그들을 로보어드바이저와 AI챗봇, AI설계사 등으로 부릅니다.

시간이 흐른 만큼 로봇들은 사이버 인간으로부터 진화한 모습을 보입니다. 예컨대 자신의 소득과 투자성향, 자금운용기간을 로보어드바이저에 말하면 맞춤형 상담이 가능할 정도로 똑똑해졌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스스로 답을 찾아내는 것은 물론 머신러닝을 통해 알아서 공부도 합니다.

사실 사이버 인간들 뒤에는 문의에 답변을 대신해주는 진짜 인간들이 숨어 있었습니다. 나 대리의 경우 당시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에 있는 로얄폰센터 소속 황경애 대리, 남은진 주임, 황재연 상담원이 조력자입니다. 더군다나 나 대리는 황 대리의 이력과 경력을 꼭 빼닮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덕분에 상담을 청한 고객의 마음을 읽어내 단순히 기계적인 응대가 아니라 감동까지 선물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고 합니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나 대리와 안 대리의 활약상이 없었다면 오늘날 로봇들이 금융기관에 자리 잡는데 어려움에 봉착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때문에 지금도 나 대리와 안 대리를 그리워하는 금융인들이 적지 않다는 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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