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1월 국내 최초의 사이버 인간이 등장했습니다. 이름은 바로 아담입니다. 직업은 가수였습니다. 아담에 이어 하나둘 탄생한 사이버 인간 가운데는 금융기관에서 종사하는 이들도 있었으니 나 대리와 안 대리입니다. 아직 기억이 나지 않으십니까. 차례대로 두 사이버 인간을 조금 더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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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보도에 따르면 부임 두 달 만에 나 대리는 한미은행의 인기스타로 급부상했습니다. 예금부터 외환까지 은행 업무 전 분야에서 깊이 있는 상담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신 있는 분야는 개인별 특성에 맞춘 포트폴리오 구성과 세무, 부동산 등 재테크였다고 합니다. 고객들로부터 하루에 10건 내외, 한 달에 200건 안팎의 문의를 받을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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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공간이 어느 순간 온라인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사이 사이버 인간을 대신해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속속 금융기관을 차지했습니다. NH투자증권이 2015년 12월 국내 최초로 로봇 PB ‘큐브(QV)로보’를 채용한 이후부터입니다. 우리는 그들을 로보어드바이저와 AI챗봇, AI설계사 등으로 부릅니다.
사실 사이버 인간들 뒤에는 문의에 답변을 대신해주는 진짜 인간들이 숨어 있었습니다. 나 대리의 경우 당시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에 있는 로얄폰센터 소속 황경애 대리, 남은진 주임, 황재연 상담원이 조력자입니다. 더군다나 나 대리는 황 대리의 이력과 경력을 꼭 빼닮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덕분에 상담을 청한 고객의 마음을 읽어내 단순히 기계적인 응대가 아니라 감동까지 선물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고 합니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나 대리와 안 대리의 활약상이 없었다면 오늘날 로봇들이 금융기관에 자리 잡는데 어려움에 봉착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때문에 지금도 나 대리와 안 대리를 그리워하는 금융인들이 적지 않다는 후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