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바이오 프런티어]①대화제약,먹어서 항암치료 받는 시대연다

세계 최초 먹는 항암제 개발
플랫폼 기술 다른 약에 적용 가능
"4조 시장 40% 대체할 것"
  • 등록 2016-09-05 오전 6:00:00

    수정 2016-09-05 오전 9:52:47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암환자들은 암에 걸렸다는 사실보다 항암·방사능 같은 치료가 더 힘들다고 말한다. 고된 치료를 이겨내려면 잘 먹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치료로 입이 헐고 속이 메슥거려 밥이 모래알 같이 느껴지기 일쑤다.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는 치료를 위해 3~4주에 한 번씩 병원을 찾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이런 암환자들의 고통을 풀어줄 치료약이 조만간 등장할 전망이다. 집에서 먹는 약으로 편하게 항암치료를 받을 시대가 열린 것이다. 국내 제약사가 마시는 항암제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대화제약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경구용 파크리탁셀 항암제.(사진=대화제약)
정맥주사 항암제 마시는 형태로 만들어

대화제약(067080)이 개발한 경구용 파크리탁셀의 시판허가가 조만간 날 전망이다. 파크리탁셀은 ‘탁솔’이란 항암제로 널리 알려진 성분이다. 1960년대 주목의 잎과 껍질에서 추출한 후 위암, 폐암, 유방암, 난소암 등의 치료에 사용한다. 파크리탁셀은 지금까지 병원에 직접 가서 정맥주사로 맞아야 했다. 많은 제약사에서 먹는 약으로 개발을 했지만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 성분을 먹는 약으로 만들면 소장 세포가 약을 밀어내 흡수가 안 됐다. 어쩔 수 없이 환자들은 4시간 동안 주사를 맞아야 했다. 또 독성이 강한 용매에 녹여 몸에 주입해야하기 때문에 용매로 인한 알레르기 반응이나 항암제의 독성에 의한 손발떨림 같은 신경부작용이 흔하게 생겼다.

대화제약은 1999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16년 동안 200억원을 들여 경구용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약 성분을 기름으로 감싸 소장에서 흡수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국내 12개 의료기관, 238명의 위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기존 정맥주사와 동등한 치료효과가 나왔다. 올해 6월에 열린 미국 임상종양학회 학술대회에서 관련 연구결과가 큰 관심을 받았다. 임상시험을 맡은 강윤구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기존 정맥주사에 비해 효과가 뒤지지 않으면서 환자의 삶의 질과 만족도는 크게 높아졌다”며 “종양내과 의사라면 파크리탁셀의 한계를 명확하게 알기 때문에 관심이 없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강원 횡성군의 대화제약 항암제 전용 생산 공장(사진=대화제약)
◇두 차례 위기 경영진의 ‘뚝심’으로 돌파


16년의 연구·개발(R&D) 기간 동안 위기도 있었다. 이인현 대화제약 판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초창기엔 오메가3 같은 연질 캡슐이나 알약으로 개발했는데,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30알 정도를 먹어야 했다”며 “환자의 편의를 위해 시작된 연구가 오히려 환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한구 당시 대화제약 회장은 “진전 없는 고체 제형에 매달리다 결국 포기하느니 대안을 빨리 찾는 게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찾아낸 게 ‘마시는’ 형태였다.

2010년 소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임상 2상)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통상적으로 항암제는 임상 2상이 성공하면 시판허가를 받아 출시한 후 필요한 경우 대규모 임상 시험(임상 3상)을 진행한다. 대부분 이미 전이가 된 환자들이 약을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항암제를 개발한 선례가 없어 대화제약은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해야 했다. 이 전 회장은 “지금까지 들인 연구개발비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 게 뻔해 경영진 사이에서도 임상 3상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며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끝까지 가 보자’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결국 5년에 걸친 임상 3상에 연구비의 절반이 들었다.

대화제약 판교연구소 연구원(사진=대화제약)
◇파스·복제약에 매달리면 미래 없어

1984년 설립된 대화제약은 다른 국내 제약사와 마찬가지로 복제약에 주력하는 회사였다. 매출 대부분은 특허가 풀린 항생제·진경제나 다른 회사가 주문한 외용첩부제(파스)의 수탁생산에서 나왔다. 하지만 복제약에 의존해서는 절대 회사가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 경영진이 더 잘 알았다. 노병태 대화제약 회장은 “성과가 바로 나오지도 않고 성공을 확신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16년 동안 한 제품 개발에 매달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경구용 파크리탁셀 제제의 시판허가가 임박하자 글로벌 제약사 관계자들의 대화제약 방문도 점차 늘고 있다. 대화제약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세계 파크리탁셀 시장의 40%를 점유하는 것이다. 금액으로는 약 1조 6000억원. 노병태 회장은 “당장의 이익 보다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협상을 주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화제약은 다른 항암제도 경구용으로 만드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인현 책임연구원은 “지질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기술을 다른 주사용 항암제에 응용하면 얼마든지 경구용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항암제뿐 아니라 인슐린 같이 소화기로 흡수할 수 없는 펩타이드도 경구용으로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화제약개요
대화제약 판교연구소가 입주한 판교 테크노 밸리(사진=대화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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