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이 지난 한 해 동안 해외여행을 하면서 쓴 돈이 26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비해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등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쓴 금액은 13조원에 불과했다는 게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소비지출 통계 결과다. 외국인 관광객 지출이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사용한 규모의 절반 수준에 그친 셈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국내에서 지갑을 여는 데 인색했던 반면 우리 여행객들이 해외에 나가 돈을 펑펑 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고 우리 국민들에게 해외여행을 자제하거나 돈을 쓰지 말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지난해 우리 국민의 평균소비성향이 관련통계가 시작된 2006년 이래 가장 낮았으면서도 해외에서는 아낌없이 돈을 쓴 현상만큼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해외소비는 대부분 여행을 하면서 먹고 마시고 물건을 사는데 뿌린 돈이다. 명품 가방 하나쯤 사갖고 들어오는 것도 보통이다.
무엇보다 외국에서 골프를 치면서 지출한 돈이 한 해 2조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에서 즐기는 골프 비용이 국내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공무원들도 마음대로 골프를 칠 수 있도록 여건이 마련돼야 함은 물론 골프 비용을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관광수지 적자는 계속 누적될 수밖에 없다.
|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중국 난징에 본사를 둔 건강보조제품 제조회사 중마이과기발전유한공사 소속 단체 포상관광단을 비롯한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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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인 것은 유커를 포함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린이날부터 주말까지 이어진 이번 황금연휴 기간에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유커 8만명을 포함해 무려 18만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한류 영향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은 침체된 내수시장을 되살리는 데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한국을 다시 찾는 유커는 5명 가운데 1명꼴에 불과하다는 게 우리의 한심한 현주소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즐길 거리와 관광 인프라를 제공해야 하며 이들을 상대로 저질러지는 바가지 상혼을 뿌리 뽑아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한국이 친절하고 매력적이며 다시 방문하고 싶은 나라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 그들이 우리 국민이 해외여행에서 쓰는 돈만큼이나 기꺼이 쓸 수 있도록 주변 여건을 갖춰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