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비축유 6억9600만배럴 가운데 1%가 채 안되는 500만배럴 규모의 비축유를 방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방출하는 비축유를 매입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은 오는 14일까지 매수호가를 제시해야 한다. 실제 비축유 인수인계는 4월1일부터 30일까지 완료될 계획이라고 에너지부는 설명했다.
일단 미국 정부는 이번 계획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사태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이는 크림반도 위기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후 윌리엄 기븐스 에너지부 대변인 역시 “미국내에서 정유업체들이 원유 재고를 축적하는 여름 휴가철(드라이빙 시즌)부터 오랫동안 계획해 왔던 일”이라며 “최근 국내 원유 생산이 크게 늘어나면서 파이프라인 증설과 새로운 인프라 스트럭처(사회기반시설) 건설, 국내 원유 터미널 사용 증가 등 시스템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해명했다.
실제 이날 에너지부도 “시장 혼란기에 전략 비축유 방출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적절하게 평가해보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말해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 악화될 경우를 대비한 테스트 성격의 방출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마이클 위트너 소시에떼 제너럴 글로벌 원유리서치 대표는 “이번 비축유 방출 타이밍 자체가 러시아에 대한 경고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러시아가 크림반도에서 철군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제재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는 점도 재차 경고했다. 케리 장관은 “러시아가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추가 압박용 제재는 아주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는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그 의도나 규모와 무관하게 원유시장에 중대한 이슈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4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2.3% 하락한 배럴당 97.76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장중 지난 2월7일 이후 한 달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