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게임사, 중국과 미국이 부러운 이유

  • 등록 2013-01-25 오전 8:30:00

    수정 2013-01-25 오전 8:30:00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해외 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국내 게임사 중 중국 자체 법인을 둔 업체는 없다. 게임인구만 1억2000만명에 이르는 거대한 중국 시장을 두고 왜 법인 하나 세우지 않는 것일까. 중국이 외산 게임사의 법인 설립 자체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 게임사와 합작 법인 설립만 가능하도록 했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 게임사들은 ‘베끼기’ 수준의 기술밖에 갖추지 못했다. 인구에 비해 시장규모도 턱없이 작았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게임산업은 달라졌다. 중국의 1위 게임사인 텐센트의 매출은 5조원을 넘어섰으며 시장 규모도 한국보다 커졌다.

이는 모두 위와 같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이다. 중국 정부는 법인을 설립을 금지하는 것 외에도 외산 게임이 중국에 진출하려면 유통허가인 ‘판호’를 획득하도록 강제하며 자국의 게임사를 보호해왔다.

반면 한국 정부는 중국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독’, ‘폭력성’ 게임의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며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게다가 셧다운제 등 일부 규제는 외산 게임사에는 적용되지 않아 자국 업체를 보호하기는커녕 역차별마저 발생하는 상황이다.

이달 초 게임 규제를 강화하는 두 개의 법안이 발의되자 게임사들은 국내 게임쇼인 ‘지스타’를 보이콧하며 강도 높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과 대조되는 한국 정부의 정책에 참아왔던 서운한 감정이 폭발했다.

게임사들이 겪고 있는 위기를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 게임사들이 세계적인 게임사로 발돋움하는 동안 국내 게임사들은 매출감소와 구조조정 등 어려움만 늘어나고 있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총기사건의 원인을 게임이 지목되자 게임이 실제 폭력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연구기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무조건 게임에 책임을 미루기 전에 제대로 된 연구부터 하겠다는 얘기다. 그동안 청소년 폭력 등 사회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무조건 게임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탓한 우리 정부의 모습과는 다르다.

최근 만난 한 게임사 대표는 회사를 일본 등 다른 나라로 이전하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떠올렸다고 한다. 기본적인 보호조차 받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정부는 산업을 규제하고 관리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산업을 육성하고 진흥할 책임도 있다. 중국 정부와 같은 과잉보호까지는 아니더라도 미국 정부처럼 합리적인 대응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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