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대해선 특히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페이스북의 IPO가 사상 최대의 실패작이 되면서 전체 주식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유로존 위기와 글로벌 경기둔화 등과 맞물려 일반 투자자들이 발을 빼는 기폭제가 됐다"고 평가했다.
주식보다는 채권 투자가 더 낫다면서도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금액은 지난 3월말 현재 1조1700억달러에 달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그는 "중국은 최근 채권자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품고 있다"면서 "권리행사에 이어 급격한 자금회수에 나설 경우 국채가격 하락과 시장금리 상승으로 미국의 경기위축은 물론 재정상태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질라니는 앞으로 식량과 에너지 통제가 우려된다면서 위기의 다음 진원지로 상품시장을 지목하기도 했다. 그는 "각국의 경제발전과 인구증가에 따라 상품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한정된 식량과 에너지 확보를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한국은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자원국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질 수 있다"면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세계 경제의 중심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이 중심축을 아시아와 브릭스에 내줄 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면서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아울러 "최근 전 세계 금융시스템이 매우 흥미롭게 변화하고 있다"며 "사이클의 변화가 아닌 시스템 자체의 변화라는 점이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는 질라니는 한국인의 부지런함과 우수한 교육시스템, 높은 저축률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은 자신과 자녀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민족"이라며 "이러한 민족성이 경제 펀더멘털을 단단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칭찬했다. 다만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고, 내수시장이 작아 대외 변수에 따라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중동권 진출을 원하는 기업에 대해선 과도한 상업주의를 피하고, 중동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전수 등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권고했다.
그는 "상호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주체로 인식돼야 한다"며 "중동권에선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제조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에 관심이 많다"고 소개했다. 윈-윈(Win-Win)이 가능한 구체적인 분야론 폐기물과 수자원 관리, 재활용, 저렴한 에너지 자원 제조 프로세스 등을 꼽았다.
◇ 니콜라스 질라니는 아부다비 국립은행의 투자은행 공동 책임자이며, 또 다른 중동 최대 은행인 아랍은행의 투자은행인 AB캐피털에서 이사를 맡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에서 재무와 부동산 전문 MBA를 취득했고 미국 시카고대학 중동연구센터에서 중동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