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홍준영(31)씨는 지난달 애완견이 차에 치어 다리가 부러지는 일을 겪었다. 하지만 가해자가 사라진 뒤라 어디 하연소할 때도 없었다. 목줄을 매지 않은 것을 자책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찾기 힘들다는 답변만 들었다.
애완동물을 인생의 반려자로 보는 사회적 인식이 형성되면서 반려동물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애완견 교통사고에 대해 사람과 같은 기준으로 치료비와 위자료까지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국립 수의과학검역원이 2010년 발행한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 사육 추정 가구수(2010년 기준)는 335만여세대다. 개체수는 400만을 훌쩍 넘어선다. 말 그대로 개 반, 사람 반인 세상이다.
늘어나는 애완동물 숫자만큼이나 교통사고도 급격히 늘고 있다. 특히 치고 달아나는 뺑소니(?) 사고로 경찰서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견주는 사람으로, 가해자나 보험사는 단순 물건으로 인정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법정공방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과실여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법이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려주지 못하고 있다. '실제 차로 애완견을 치게 될 경우 운전자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따라서 자동차 보험에서는 대인이 아닌 대물로 보상을 받게 된다. 원칙적으로 애완견이 죽거나 다치면 보상범위도 시가(시장에서 거래되는 개값)를 넘지 않는 선에서만 인정된다는 얘기다. 이마저도 운전자의 과실이 확인돼야 한다.
사고시 견주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발생한 상대방의 피해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책임도 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애완동물을 데리고 외출시 목줄 등의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을 경우 5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경찰 관계자는 "애완견 교통사고로 인한 사고 접수가 간혹 들어오기는 하지만 서로의 입장을 놓고 다투다 개값만 물어주고 합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운전자의 고의성을 놓고도 이견이 많지만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때문에 사고시 보상받기도 어렵고,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 애완견 교통사고 피해보상 문제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애완동물을 키우는 주인의 입장과 운전자의 입장에서 서로 간에 이해 할 수 있는 정책이 하루 빨리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법원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애완동물을 단순한 물건이 아닌 가족의 개념으로 보는 판결이 나왔지만 보호자의 안전조치 의무 등을 따져봤을 때 현실적인 측면에서 실익이 없어 재판으로 진행되는 사례는 희박하다"고 밝혔다.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반려동물과 외출시 목줄을 착용해야 한다거나 주인의 의무도 있다"면서 "하지만 올해 개정된 동물보호법에서도 여전히 반려동물을 재산적 가치로 보고 있어 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도 "아직까지 동물을 재물로 보는 인식 때문에 거래 가격에 준해서 보상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실제로 반려동물은 인간과 유대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대상이기 때문에 동물에 대한 관심 만큼이나 생명권의 개념에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흔한 골반골절 사고의 경우, 300만원 안팎의 병원치료비가 발생하는데 치료비 부담으로 안락사를 선택하는 일이 많다"며 "(보상기준이)현실에 맞춰져야만 운전자들도 조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