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크레딧1000자평]의처증, 망상 그리고 현대그룹

  • 등록 2010-11-26 오전 9:08:07

    수정 2010-11-26 오전 8:38:36

마켓 인 | 이 기사는 11월 26일 08시 38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 인`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일문 기자] 의처증 혹은 의부증은 배우자의 행실을 믿지 못하는 행동과 생각을 통칭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일종의 질병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 배우자가 부정한 행위를 저질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빠져, 본인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일단 의심부터 하고, 심할 경우엔 목도한 사실을 왜곡하기도 한다.

그래서 정신과에서는 이같은 증세를 전문의의 치료가 필요한 망상 장애로 분류한다. 망상이란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설득해도 전혀 변하지 않는 잘못된 믿음을 일컫는다. 따라서 망상에 빠진 사람은 주변에서 아무리 설명을 하고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에 대한 증거를 내보여도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려들지 않는다.

한가지 간과해서는 안될 점은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다. 보통 의처증이나 의부증 환자들은 선천적으로 남을 믿지 못하는 성격을 갖고 태어나기보다는 과거 유년시절이나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 부모의 외도로 가정이 파괴된 경험이 있거나 실제 배우자의 외도를 경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후천적인 학습효과에 의해 이같은 정신장애를 앓게 되는 것으로 의학계는 보고 있다.

요즘 M&A 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다름 아닌 현대그룹의 현대건설(000720)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들이다. 여론은 현대건설 인수에 한발짝 다가선 현대그룹에 박수를 쳐주기 보다는 도리어 이 발신인 불명 서신의 주소를 집요하게 캐묻고 있다.

물론 논란의 당사자들에게는 억울할만한 일이기도 하다. 포커판에서처럼 뻥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끌어모을 돈에 대한 확신이 있었으니 어련히 알아서 인수금액을 써냈을 것 아니냐는 현대그룹측의 볼멘 소리도 들린다. 채권단 역시 난감하기는 매한가지다. 두둑한 매각 차익을 올리면 그만이지 돈의 태생을 확인할 필요까지는 없기 때문이다. 국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고 나서야 등 떠밀리듯 법적 검토를 해 보겠다는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의 말은 이같은 분위기의 방증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형 M&A의 실패 사례들을 이미 여러차례 겪었다. 소화할 수 없는 먹이를 집어삼키고 배탈이 나 민폐를 끼쳤던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행태를 직접 경험했다. 이는 현대그룹과 채권단 또는 혹자들이 현대건설 인수 자금에 대한 의구심을 단순히 의처증과 같은 망상 장애로 치부해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현대그룹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외환은행 인수추진에 나섰던 하나금융은 이제 딜을 마무리 짓고 있다. 시장의 의구심도 상대적으로 덜하고, 일사천리로 끝내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현대그룹으로서는 배도 아프고, 갈 길이 바빠 조급해질 법도 하다. 그러나 행여 메가딜이 깨지지는 않을지 전전긍긍하기 보다는 오히려 나쁜 경험으로 점철된 시장의 불신을 통쾌하게 날려버릴 수 있도록 베일에 가려진 돈의 출처와 조달 방법을 명확히 밝혀야 하지 않을까. 믿기 위해 의심한다는 말을 다시금 곱씹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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