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점의 손승현 차장은 “과거엔 공모주 청약 때 증권사가 고객에게 단기 대출을 해줬는데 요즘은 공모주 거품을 막기 위해 해줄 수 없다”면서 “그런데도 이 정도로 돈이 몰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다 22일 1770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장안의 화제는 단연 주식이다. 이달 들어 증권사 객장에는 투자대금을 빌려준다는 사채업자 광고지까지 뿌려지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할머니까지 대박의 꿈에 들떠 있는 서울 증시의 백태(百態)를 증권사 지점장들의 입을 통해 들어 보았다.
◆초등학생도 “주식 투자 할래요”=“저는 초등학교 4학년인데요, 저도 재테크를 하고 싶어요. 엄마·아빠한테 한 달에 용돈을 5만원 받거든요. 이걸로 주식 투자를 하고 싶은데 어떤 종목을 사면 좋아요?”
인터넷 재테크 카페 ‘딸기아빠 재무설계’를 운영하고 있는 김종석(필명 딸기아빠) 우리투자증권 용산지점 차장이 이달 초 한 초등학생에게서 받은 쪽지다. 김 차장은 “일찍 재테크에 눈을 떠 기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광풍(狂風)이라고 해야 할지… 증권사 직원인 저도 잘 모르겠네요”라고 했다.
반면 강북은 국내 주식 투자에 열광하고 있다. 현대증권 장만순 상계지점장은 “증권 투자자가 늘면서 객장에 80개 있던 좌석으로는 모자라서 최근 20개를 더 늘렸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거래를 하는 고객 수는 2~3배 늘었고, 금액으로 따지면 10배는 늘었다”고 덧붙였다.
강북 투자자들은 펀드 투자의 경우에도 해외 펀드는 거의 안 들고 90% 정도가 국내 펀드에 가입한다. 해외 펀드 중에서는 주로 일본이나 중국 펀드를 많이 찾는다고 장 지점장은 전했다.
◆아줌마들, ‘모눈종이’ 차트 분석=주부 이인경(54)씨는 매일 모눈종이에 일일 최저가, 최고가, 종가를 점으로 찍어가며 자신만의 주가 차트를 그린다.
그는 “모눈종이에 그래프를 그리다 보면 어디쯤이 매수 타이밍인지 감이 올 때가 있다” 면서 “남들 아침드라마 볼 때 케이블TV 경제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침 주식시장을 대비한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신촌지점에는 이씨 같은 주부들이 ‘아줌마 주식 스터디 모임’을 만들었다.
이미 인터넷이나 신문을 통해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하고 마음속으로 사고 싶은 펀드와 종목을 찍어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삼성증권은 이처럼 국내 투자자들이 스스로 판단하기 좋아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앞으로 국내에서 가장 유망한 업종으로 투자자가 직접 모든 것을 결정하는 ‘온라인 증권사’를 꼽기도 했다.
우리증권 김종석 차장은 “온국민이 재테크 전문가가 되다 보니 투자자들 질문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유능한 재테크 전문가도 주가의 앞날을 정확히 예상할 수 없다. 그래서 결론은 항상 똑같다. “지금은 단기 과열이라도 추세적으로는 오를 테니 꾸준히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게 최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