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자금'' 미술품으로 눈돌린다

은행금리 낮고 투자할 곳도 마땅찮고…
  • 등록 2006-02-22 오전 8:16:57

    수정 2006-02-22 오전 8:16:57

[조선일보 제공]


“얼마 전 런던 경매에서 샤갈의 꽃 그림이 300만달러(30억원)에 팔렸습니다. 요즘 러시아 컬렉터(수집가)들이 샤갈 작품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오전 11시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뉴욕 소더비 경매회사에서 온 인상주의 미술 전문가 존 탠콕(John Tancock)씨가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투자 가치가 유망한 경매작품들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었다. 참석자는 30여명. 대부분이 50~60대였다. 남편과 함께 10여 년 전부터 고(古) 미술품을 모으고 있다는 주부 이모(63)씨는 “몇 점을 경매에서 팔아보니 꽤 수익이 남아 미술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모(56)씨도 “요즘 여유자금을 투자할 만한 곳이 그리 많지 않다”며 “좋아하는 그림을 집에도 걸어둘 겸, 투자도 할 겸, 나중에 딸한테 물려도 줄 겸해서 여기에 왔다”고 했다.

◆미술품에 몰려드는 여유자금

50~60대 중년 및 노년층의 ‘황혼 여유자금’이 미술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현재 서울옥션과 K옥션의 경매 행사 때 참여하는 사람 수는 평균 200~300명. 서울 옥션의 경우 유료회원 수가 매년 30%씩 증가하고 있고, 경매 낙찰률은 1999년 17.56%에서 작년에는 62.65%까지 올랐다. 미술품 투자가 급증했다는 뜻이다.


▲ 지난 8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하나은행과 K옥션 주최로 열린 미술투자 설명회에서 영국 ‘파인아트 펀드’의 필립 호프먼 대표가 미술품 투자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 이진한기자 (블로그)magnum91.chosun.com
최근엔 경매회사나 은행이 고객들의 돈을 모아 미술품에 투자해 수익을 돌려주는 ‘아트펀드(그림 투자 펀드)’를 만들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은행들은 미술품 투자에 대한 자문 서비스를 재빠르게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작년 말 PB 서비스에 ‘미술품 투자 자문’을 추가했고, 한국증권은 지난 16일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미술품투자 설명회를 가졌다. 하나은행과 K옥션도 최근 고객 200명을 초청해 미술품 투자 설명회를 했다. 개별 화랑들도 몰려드는 투자자들을 놓칠 리 없다. 국제화랑은 1~2주에 한 번꼴로 40~60대 고객 10명을 초청해 미술품 감상과 투자법을 강의한다.

실패 가능성 조심해야… 은행들 자문 서비스
◆작품감상·투자가치·세금혜택, 1석 3조

왜 미술품에 돈이 몰리는 것일까? K옥션의 김순응 대표는 “주식·채권·부동산과 달리, 미술은 투자하는 동안 가지고 즐길 수가 있다는 매력이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부자들이 분산투자를 할 때에는 미술에 일정부분을 할애한다”고 말했다. 지난 7년간 박수근, 김환기 등 이른바 ‘블루칩 화가’들의 작품 가격이 100% 가량 올랐고, 지난 1년간은 1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미술품은 양도세가 면제된다.

중앙대 조명계 교수(예술시장론)는 “미술투자는 장기 투자이고 전문가적인 안목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일반인이 투자만을 목적으로 그림을 사는 것은 위험하다”며 “블루칩 화가의 작품이 아니면 투자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천경자의 채색화 ‘북해도 천로에서’(1983). 2002년 5월 3600만원에 낙찰됐다가 3년 반 만인 올 1월 2.6배 오른 9500만원에 팔렸다.

▲ 김환기가 60년대에 그린 유화 ‘산월’. 2002년 5월 경매에서 8200만원에 낙찰됐다가 3년 만인 2005년 7월에 1억5000만원으로 1.8배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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