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전망이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달 말 평균 2.5%에서 2.3%로 내렸다.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5%에서 2.2%로 더 많이 내렸다. 내년 전망은 더 어둡다. IMF는 그제 한국 정부와의 연례 협의를 마치면서 내년 성장 전망치를 2.2%에서 2.0%로 낮췄다. IB 8곳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 평균도 2.0%이지만 그중 몇 군데는 1%대 성장을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곧 하향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관이 지적하는 주된 성장 둔화 요인은 대동소이하다.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동시에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져 수출도 타격을 입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IMF는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원인으로 가계와 기업의 부채 부담을 1순위로 꼽았다. 과도한 부채가 가계 지출과 기업 투자를 억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통화 당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지체되는 것도 내수 억제 요인으로 언급됐다. 대외 여건은 주요 교역국 경제성장 둔화, 미·중 갈등 등으로 이미 불안한데 미국 대선에서 강경 보호무역주의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더 불확실해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경제가 순항하고 있다는 낙관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올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2%를 상회할 전망”이라며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연초에 내놓은 올해 전망치가 2.6%였다는 사실을 잊은 모양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위기 상황이나 불안한 상황은 지나갔다”며 “최대한 빨리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체감 경기가 실제 경기를 못 따라가는 데 문제가 있다는 투다.
어쩌면 이렇게 위기감이 없을 수가 있나. 밖에서 겨울 폭풍이 몰려오고 아궁이 불이 꺼질 판인데 방안에서 화롯불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지금의 성장 둔화는 성장 잠재력 제고를 위한 구조개혁이 미흡한 가운데 거시정책도 여건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정부는 경제정책 전반을 재점검하고, 필요하다면 비상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