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내년 초 단행되는 정기 인사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폐지키로 했다고 한다. 이 제도는 법원장을 임명할 때 각 법원 소속 판사들의 투표를 통해 후보를 복수 추천토록 함으로써 그동안 승진 연한에 이른 대상자들이 소속 판사들의 인기에 영합하는 그릇된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당시 ‘사법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도입한 제도로서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이 드러났다는 게 법원 안팎의 대체적인 여론이다.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에 들어 법원 운용의 커다란 걸림돌 하나가 비로소 뽑히는 셈이다.
이 제도의 가장 큰 폐해는 ‘늑장 재판’을 초래하는 원인이 돼 왔다는 점이다. 아무리 재판이 늦춰지더라도 재판장으로서는 해당 재판부에 사건을 조속히 처리하라고 지시 한마디 제대로 내리지 못했던 측면이 없지 않다. 후배 법관들의 추천으로 법원장에 오른 처지이기 때문에 따끔한 소리로 채근하기는커녕 오히려 눈치를 봐야 했다는 얘기다. 그동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재판을 비롯해 정치인들 재판이 엿가락처럼 늘어졌던 현실과 무관할 수 없다.
조 대법원장이 취임하면서부터 ‘신속 재판’을 강조했던 데서도 이러한 의지가 읽혀진다. 재판이 지연될수록 사건 당사자들의 권리는 침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인 재판 지연은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 선거 재판의 경우 공소일로부터 최종심까지 1년 안에 모두 마무리되도록 돼 있는 강행 규정도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치인이 관련된 일반 형사사건도 마찬가지다. 법관들이 자신의 임무를 소홀히 한 탓임은 물론이다. 인사 제도가 그 원인을 제공했다면 당연히 고쳐져야 한다.
더 나아가 앞으로 법원장 인사는 사법부 구성원들로부터 전체 법원장 후보군을 추천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니 관심있게 지켜볼 만하다. 법원별 투표가 없어지는 대신 판사는 물론 법원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성원들이 전체 법원장 후보를 추천토록 한다는 것이다. 누구든지 추천을 받게 되면 법관인사위원회에서 능력과 자질을 검토해 법원장으로 임명하겠다는 것이니 일단 취지는 긍정적이다. 인사 제도 개편으로 법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