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말하는 ‘다양한 각도’는 각 이해 관계자별 입장차를 말합니다. 동물보호센터와 관련한 이해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 동물보호단체와 활동가, 정책연구소, 자원봉사자, 동물보호센터 운영자(민간 혹은 지자체), 구조자 정도입니다.
|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의 가장 큰 원인은 결국 ‘예산 부족’으로 귀결되곤 합니다.
일 예로 최근 다녀온 인천의 산수의 천사들이란 민간 유기동물 보호소는 지자체 운영이 아닌 민간 운영임에도 개발제한구역 내 설립했단 이유로 벌금 아닌 벌금 수 천만원을 매년 부과해야 합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규제와 제도이지만 이 역시 예산이 넉넉했다면 법적 쟁점이 되지 않을 부지와 건축물을 확보할 수 있었겠죠.
|
2026년부터 대부분의 보호소가 신고 기준을 준수하지 않으면 폐소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실적으로 정부에서 정한 기준을 모두 준수하는 곳 들은 10곳 중 1~2곳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법을 모두 지키지 못하고 운영하는 곳들을 폐쇄 할 경우 대안도 없습니다. 개들을 전부 안락사 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지만, 또 이를 수용할 센터도 부재한 게 현실이니까요.
역시나 동물보호센터를 운영하는 현장에서는 ‘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크다’며 운영의 힘든 점을 토로합니다.
|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유기동물을 모아두고 중성화를 하지 않아 개체가 무제한으로 번식시켜 처참한 ‘애니멀 호딩’ 현장을 무시할 수만은 없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된)유기 동물 보호’라는 최종 목표를 두고 제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와 딜레마’ 속에서 과연 현장에선 한발 벗어나 있고, 직접적인 정책 아닌 정책제언 활동을 하는 관련 연구단체는 어떤 의견인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이런 상황에서 기자와 만난 이형주 어웨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소장(사진)은 현실과 제도 사이의 괴리를 빠른 속도로 좁혀 나갈 실질적인 방안으로 ‘시민들의 인식 개선’을 꼽았습니다.
그는 “동물보호센터에 대해 정책과 제도 개선이 이뤄졌지만 현장에선 제도를 지키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라며 “이 같은 괴리는 결국 예산확보로 개선해 나가야 하는데 예산 확보는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동반돼야 가능한 부분”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펫숍에서 동물을 구매하는 수요가 지속되는 한 불법 경매장과 개·고양이 농장 등 운영은 지속될 수밖에 없기에 무엇보다 ‘인식 개선’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대표는 “번식장에서 새끼를 낳아 펫숍에서 파는 것도 수요가 있기에 지속되는 것이다. 무조건 규제로 해결 될 일이 아닌 사회적으로 펫숍에선 절대 구매 안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다른 생명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귀여움을 소비하는 문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식개선을 위한 첫 걸음은 ‘실태파악’ 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국 곳곳의 동물보호소를 포함한 일명 개농장 등 동물들을 사육하는 곳들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 처했는지에 대한 현황 조사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아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동물보호소 들어가야 하는 개들이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불법 개 번식장’입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개 유통 구조의 고질적인 문제인 개 번식장을 일예로 들면, 불법으로 개농장에서 생산하면 근본적으로 펫숍에서 판매가 금지지만, 경매장을 거치면서 서류 조작 등으로 합법인척 세탁이 되며 불법 번식장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있고, 몇 마리나 생산 돼 유통되는 지 조차 파악이 안되고 있다”며 “정부가 부모견 등록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실태 파악이 안되니 제도는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이 밖에 열악한 동물보호소 등 다른 문제들도 제대로 된 실태파악부터 이뤄져야 보다 현실적인 문제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조되고 보호 중인 동물들에 대해서 제대로 관리를 하기 위해 시급한 것은 ‘중성화’를 꼽았으며, 운영 방식으로는 민간을 지자체 직영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선 중성화의 경우 비용 문제로 제대로 시행하지 않을 경우 무분별하게 개체수가 늘어나 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어서입니다.
이 대표는 “보호소만 잘 꾸민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해결책이지만 제일 안되고 있는게, 바로 중성화 수술”이라고 꼬집으며 “문제는 중성화를 강제하진 않더라도 공격적으로 중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견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실제 정부에서 지난 2021년부터 마당개 중성화 지원사업을 하고 있지만 개체수 감소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닌 상황입니다.
그는 “몇 만마리가 매년 태어나는데 몇 백마리 중성화 한다고 의미가 있진 않다”며 “외국같은 경우 중성화 견인책으로 1년에 한번 등록비를 내도록 한다.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동물의 경우 등록비를 몇 배 더 내게 해서 중성화 수술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반드시 이 제도가 아니더라도 강력한 견인책이 절실한 상황이다”고 상황을 전하고 있습니다.
또 동물보호소 운영 주체를 민간 보단 지자체(직영)로 바꾸는 것이 문제 해결에 더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는 “민간은 말할 것도 없으며 위탁운영도 구조 보호 비용을 마리당으로 받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구조부터 관리, 안락사까지 비용이 턱없이 부족하고 열악해지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며 “물론 현재 직영으로 운영한다고 모두 제대로 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다보면, 예산 투입이 바로 가능해 문제 해결이 보다 효율적으로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유없이 동물 죽이는 아이들, “생명존중, 정규교육 필요”
이 밖에도 최근 친구집 강아지를 창밖에 던져 죽이거나 고양이를 딱밤으로 때려 죽이는 등 초등학생들의 가혹한 동물학대가 사회적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정규 교육과정’에서 동물보호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 전 이 같은 주제로 열린 대구 토론회에 한 교장선생님이 오셔서 필요성을 이야기 하셨는데 교육계에서도 필요성을 느끼는 분들이 많지만 정부 차원에서 움직여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교실 내에서도 포유류를 제외한 미꾸라지, 달팽이 등을 키우고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사례가 많은데 이런 경험이 동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인식할 지에 대해 영향을 주는 것”이라며 “인터넷에서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다 보니 동물을 비윤리적으로 대하는 관행에 노출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정규 교육과정에서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을 심어줄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급속도로 발전한 경제에 비해 우리 사회에서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은 아직 그 만큼 발전하지 못한 점을 언급하며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이 대표는 “집에서 개를 기르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외국이라고 다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외국은 반려동물로 같이 살아온 시간이 오래되면서 동물한테 해야할 행동,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구분하고 이를 시민들이 공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개라고 하면 묶어놓고 잡아먹고 하다가 최근 20여 년동안 반려동물 키르는 비율이 확 늘어난 상황이다. 반려동물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된 데 비해 관련 인식과 제도는 그 정도로 발전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관심이 변화를 촉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 줄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