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박동현 수습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한복판에서 경찰과 피의자의 추격전이 벌어졌다. 피의자는 서울 강남 오피스텔 모녀 살인사건의 범인 박학선(65). 그는 범행 이후 도주를 시도했으나 13시간 만에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방배경찰서 남태령지구대 2팀 소속 서경석 경감과 백유진 순경은 박학선 검거 공로를 인정받아 12일 각각 경찰청장 명의 표창과 포상휴가를 받았다.
| 서울 방배경찰서 남태령지구대 2팀 소속 백유진 순경. (사진=방배경찰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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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경력 만 2년의 새내기 백 순경은 이날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떠올리면서도 “희생자가 두 명이나 발생한 강력 사건이라 자랑스러운 마음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다”고 밝혔다. 박학선은 모녀지간인 60대 여성과 3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연인 관계였던 60대 여성이 가족의 반대로 이별을 통보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학선이 검거된 날, 백 순경은 박학선이 버스를 타고 방배서 관할 내로 이동했다는 무전을 받고 서경석 경감과 함께 순찰차로 쫓았다. 이들은 박학선이 하차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류장에서 실제로 인상착의가 비슷한 남성을 발견했다. 이 남성에게 다가가 신분증을 보여줄 것과 모자와 마스크를 벗을 것을 요구했다. 남성은 신분증 요구에는 불응했고 모자와 마스크를 벗는 척하더니 이내 곧바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피의자가 2m 아래 도랑으로 구르며 도망쳤어요. 저는 도랑 옆길로 피의자를 뒤쫓으며 무전으로 지원 요청을 넣었고 서 경감님은 도랑 낮은 길로 뛰어 추적했습니다. 막다른 길에 다다르자, 피의자는 갑자기 큰 바위를 들어 위협을 가했어요.”
서 경감은 저항하는 피의자를 향해 실탄이 든 권총을 꺼내 들었고 백 순경은 “바위를 내려놓으라”고 소리치며 자수를 설득했다. 궁지에 몰린 박학선은 바위로 자신의 머리를 찍는 자해까지 시도했다. 머리에서 피가 흐를 정도였다. 결국 박학선은 반쯤 포기한 상태로 바닥에 드러누웠고 그사이 양손에 수갑을 채웠다. 출동한 지 15분여, 피의자와 대치한 지 2분여 만이다.
백 순경은 “피의자가 갑자기 흉기를 빼 들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 테이저건, 방범장갑 등 모든 장비를 챙겨 출동했다”며 “결과적으로 아무도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밝혔다. 특히 함께 출동한 서 경감에 대해 “발에 철심을 삽입하는 큰 수술을 진행해 현재 회복 중인데 굴하지 않고 끝까지 추격해주셔서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로서 흉악범을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느꼈다”며 “앞으로 흉악범을 맞설 자신감도 생겼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