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삼엄한 보안과 뜨거운 취재 열기, 미지근했던 양회

행사 전후 베이징 전역 통제, 지하철 무정차 통과
성장률 등 작년 비슷한 수준…총리 기자회견은 폐지
  • 등록 2024-03-06 오전 6:00:00

    수정 2024-03-06 오전 6:00:00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코로나19 봉쇄 조치를 해제한 지 1년여만에 열리는 양회(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앞두고 베이징 시내는 삼엄한 분위기였다. 베이징시 공안국은 지난달 26일부터 양회 기간이 끝날 때까지 드론 등 소형 항공기 비행을 금지했다. 베이징 도심 곳곳과 지하철역 등에서는 신분증 검사도 수시로 이뤄졌다.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식이 열린 지난 4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천안문) 광장 일대 전경.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정협과 전인대 개막식이 각각 열렸던 4일과 5일에도 중국 도심은 일부 도로를 통제했으며 톈안먼(천안문) 광장 지역도 광범위하게 봉쇄했다. 이곳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은 신분 확인을 피할 수 없었다.

인민대회당 인근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한국인은 “양회가 열리기 며칠 전부터 베이징 도심에서 경찰들이 배치돼 지나가는 시민들 신분증 검사를 실시해 보안 검색이 강화됐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양회가 열리자 일부 지하철역은 무정차 운행을 실시해 출퇴근 때 걸어다녀야만 했다”고 말했다.

양회의 닫혔던 빗장이 풀리면서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작년만 해도 추첨 등을 통해 선택된 소수의 취재진만이 양회가 진행되는 인민대회당에 입장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제한을 사실상 해제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이번 양회 기간 프레스 센터에 등록한 기자는 외신 1000여명을 포함해 3000명에 달했다. 3일부터 5일까지 사흘 동안 전인대·정협 개막식과 사전 브리핑 등을 통해 중국 관계자들이 올해 중국 정책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4일 전국인민대표회의 사전 브리핑이 열린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장 기자회견장이 취재진으로 혼잡한 모습이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기자들이 취재에 몰리면서 기자회견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좋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내·외신 가리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이 회의장을 뛰어다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전인대와 정협 개막식은 방송 카메라와 취재기자들이 몰려 시 주석의 모습을 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전인대·정협 개막식 앞뒤로는 약식 기자회견인 도어스테핑 형식의 ‘대표 통로’ ‘부장 통로’를 배치해 대표 위원 또는 장관급 인사들의 인터뷰가 진행되기도 했다.

전세계의 관심이 쏠린 양회였지만 세상을 놀라게 할 만큼의 소식은 없었다. 중국 경제 성장률은 예상했던 수치였고 물가 상승률, 실업률, 국방예산 증가율 등 주요 지표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전면적인 부동산 규제 철폐나 저출산 대책 등도 발표되지 않았다. 총리와 정협 주석이 업무보고를 하는 양회 특성상 시 주석의 공식 발언도 없었다.

양회 폐막 때 관례로 열렸던 총리 기자회견이 폐지된 것은 의외라는 시선이다. 총리에 쏠리는 관심을 다른 여러 인터뷰로 분산하면서 시 주석의 1인 지배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하지만 총리로부터 직접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기회를 놓친 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는 기자들이 많았다. 지난해 양회에서 취임해 기자들을 만났던 리창 총리 역시 그때가 마지막 기자회견이 됐다.

중국 최고 지도자가 참석하는 행사임을 이해하더라도 삼엄한 보안은 불편을 주기도 했다. 얼추 잡아도 수백명 이상의 기자들은 행사가 시작하기 두세시간 전부터 입구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입장할 때도 공항 검색대 수준의 검사를 받고서 입장할 수 있었다. 보조배터리나 생수 한병의 반입도 불가능했다.

인민대회장 내 기자회견장은 취재 수요를 수용할 수 없을 만큼 협소했다. 자리를 잡지 못한 경우 구석에 마련된 임시 자리로 이동해야만 했다. 인터넷 접속은 물론 노트북 충전 같은 편의 지원도 기대하지 못했다. 기사 작성을 위한 프레스 센터가 있지만 인민대회당과는 차로 약 20분 거리에 위치했다.

이번 양회는 개혁과 개방을 외치는 중국 정부의 중요 행사였다. 그러나 운영 행태를 볼 때 중국의 시스템은 여전히 공급자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전국인민대표회의 개막식이 열린 5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 취재진들이 입장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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