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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13년 제2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후 2013년 5월 검사로 임용됐고, B씨는 2014년 8월 법학 박사학위 취득 후 2015년 3월 모 대학교 조교수로 채용된 바 있다. A씨와 B씨는 남매 사이다.
A씨는 2016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박사학위 논문 예비심사에서 대학원생들이 대신 작성·수정한 논문을 발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동생인 B씨도 2018년 대학원생이 써준 학술지 논문 3편을 발표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의 논문 대필은 A씨의 지도교수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C 교수가 대학원생에게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에서는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하는 대한민국 검사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에 대한 타인의 호의에 기대어 다른 사람이 작성해 준 예비심사 논문을 이용해 예비심사에 합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학 교수의 신분으로 다른 사람이 작성한 연구논문을 자신의 이름으로 학회지 등에 투고하는 행위를 했고 범행이 1회에 그치지도 않았다”며 “피고인들과 피고인들의 가족이 사회지도층의 일원으로서 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입장임에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지위에서 비롯된 친분관계를 이용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고, 자신들의 행동을 제대로 뉘우치지도 않는바 엄히 처벌할 필요가 크다”고 강조했다.
A씨는 이 사건 예심자료 초고와 수정본, 최종 작성본을 본인이 노트북으로 작성했다고 하면서도 그 노트북은 폐기됐고, C교수에게는 초고와 수정본, 최종 작성본 파일을 출력하고 USB에 담아 매번 직접 방문해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메일은 이용하지 않았으므로, 문서들을 직접 작성했다는 객관적인 자료는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예비심사의 심사용 자료는 C교수 또는 대학원생 등 제3자에 의해 대작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A씨에게는 업무방해의 고의와 그에 관한 C교수와의 암묵적 공모관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B씨의 경우 논문의 단독 저자라고 할 수 없고 적어도 논문작성에 관여한 C교수나 다른 대학원생, 타 대학 강사가 공동저자 이상의 지위를 가진다고 평가된다”면서 “B씨는 불과 4개월간 3회에 걸쳐 반복해 범행을 저질렀고, 2건의 논문은 아예 처음부터 타인이 대필하여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당심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적극적으로 부인하며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며 “원심의 양형이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볍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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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예심자료의 작성경위에 관한 A씨의 변소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직접 초고를 작성했거나 최종본 수정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지도교수 등이 예심자료를 대작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A씨가 지도교수에 의한 수정, 보완을 거친 이 사건 예심자료를 제출했다 하더라도 이로써 대학원장 등에게 오인·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해 이를 이용했다거나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유죄인정의 증명책임, 업무방해죄의 ‘위계’와 ‘업무방해의 위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