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거위냐 계륵이냐…ARM 상장에 쏠린 시선(종합)

600억달러 이상 가치평가…전체 주식 10% 상장 전망
스마트폰 AP 핵심기술 보유…삼성·퀄컴·애플 활용
손정의 회장…ARM 상장해 비전펀드 손실 만회 계획
스마트폰 넘어 AI시대 핵심기술일까…고평가 지적도
  • 등록 2023-08-22 오전 8:21:39

    수정 2023-08-22 오후 6:35:40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ARM이 나스닥 시장에 상장을 신청했다. ARM의 기업가치는 최대 700억달러(약 94조원)가 될 것으로 예상돼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가 될 전망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21일(현지시간) 자회사 ARM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겠다고 신고서를 제출했다. (사진=AFP)
‘팹리스의 팹리스’…올해 IPO ‘최대어’ 될까

21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ARM은 이날 나스닥 시장에 기업공개를 위한 증권신고서(S-1)를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상장 예정일은 미정이지만, 내달 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 주식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주관사는 바클레이즈와 골드만삭스, 미즈호증권 등이다.

블룸버그는 ARM의 기업가치가 600억~700억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에 상장되는 주식이 전체의 10%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RM은 당초 IPO를 통해 80억~100억달러(약 10조7300억~13조41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소수지분만 상장된다면 이보다 조달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 100억달러 이상 자금조달에 성공한 기업은 알리바바(250억달러), 메타(160억달러) 등이다.

ARM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존재였다. 반도체 기본 설계도인 ‘아키텍처’를 만들어 삼성전자를 비롯해 애플, 퀄컴, 화웨이, 미디어텍 등 세계 1000여개 기업에 공급하고 있어서다. 현재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중 90% 이상이 ARM 설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전력을 덜 소모하는 방식으로 반도체를 설계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AP를 넘어 클라우드서버, AI 프로세서 등으로 확장해 활용될 가능성도 크다.

‘AI칩 황제’로 불리는 엔비디아가 2020년 400억달러를 투입하며 ARM 인수에 눈독을 들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미국 공정거래위원회인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반독점 우려로 인수가 막혔다. 투자금을 회사를 해야 하는 손 회장은 결국 상장으로 눈을 돌렸고, 3년여 만에 결실을 맺게 된 셈이다. 손 회장은 2016년에 영국으로부터 ARM을 320억달러에 인수했다.

ARM은 현재 소프트뱅크가 75%, 벤처투자에 나서고 있는 비전펀드가 25%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소프트뱅크는 ARM 상장을 앞두고 비전펀드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IPO를 앞둔 시점에 ARM의 가치가 높은 것을 고려해 소프트웨어가 일단 지분을 인수한 뒤, 비전펀드 투자자들에게 초기 흥행에 따른 수익을 돌려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비전펀드는 잇단 투자 실패로 투자자들에게 원망을 사면서 ARM 매각 및 IPO를 시도해 왔다. ARM은 이외 애플이나 삼성, 엔비디아, 인텔도 앵커 투자자(대규모 지분을 사들여 IPO흥행을 유도하는 투자자)로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스마트폰 시대에 황금알 낳았지만…AI시대 글쎄

하지만 손 회장의 기대만큼 ARM의 가치가 예전 같지 못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엔비디아에 매각이 무산된 후 회사가 휘청하는 사이 ARM에 맞서는 초전력 반도체 설계기술이 나오고 있는 점이 변수다. 대표적인 게 오픈소스인 ‘리스크 파이브’(RISC-V)’ 기술이다. 삼성전자 등 팹리스들이 고가의 로열티(특허료)를 주고 ARM의 설계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반면, 리스크 파이브 기술은 사실상 무료다. ARM과 달리 설계자산(IP)를 마음껏 변용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물론 ARM의 기술이 이미 상당한 생태계를 갖추고 있고 완성된 IP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비하면 리스크 파이브는 아직 초기 단계라는 게 한계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인텔 등이 리스크 파이브 기반 생태계 확대에 나서고 있어 ARM의 허들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가 저물고 있는 데다 ARM이 AI와 직접적인 연관관계도 적다는 평가도 있다. 저전력 설계구조에 핵심기술을 갖고 있기에 AI칩 개발에 더욱 효과가 클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현재 AI에 최적화된 핵심칩 기술을 내놓은 바가 없다. 현재 ‘AI광풍’으로 AI관련주들이 시장에서 과대 평가 받고 있다는 점도 리스크다.

투자자문사인 아스트리스 어드바이저리 재팬의 커크 부드리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오픈AI가 대형 언어 모델(LLM)을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도구를 내놓으면서 시장이 달아올랐고, 이는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이 주도했다”면서 “ARM은 사실 이것(AI)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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