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한창이지만, 향후 여러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한번에 잡는 ‘다가 백신’이나 독감(인플루엔자)과 코로나19를 동시에 겨냥하는 ‘혼합 백신’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주요 흐름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가 펜데믹(감염병 대유행) 단계에서 종식되는 게 아니라 주기적으로 발생하거나 풍토병처럼 고착화되는 엔데믹(종식되지 않는 감염병의 주기적 유행)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모든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를 보이는 코로나 ‘범용 백신’ 개발도 연구개발의 주요 한축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 일상화 되는 코로나.. 다가·트윈 백신 개발이 대세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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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성백린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장은 “코로나19가 상시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고 그것을 대변하듯 여러가지 변종이 나오고 있다”며 “코로나 백신 개발도 지난 독감 바이러스 개발과 동일한 패턴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918년 스페인 독감에서 파생된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3~4개의 여러 독감 바이러스를 한번에 잡는 3가, 4가 백신으로 진화했듯이 코로나19 백신도 향후 바이러스간 경쟁에서 살아남은 여러 변이 바이러스를 동시에 잡는 다가 코로나 백신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가 백신이 코로나 대응이나 접종 편리성 차원에서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 (자료=질병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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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코로나19 펜데믹이 결국 풍토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명돈 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코로나19 바이러스 종식은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지가 23개 나라 과학자 119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계속 남아 토착화될 거라고 본 학자가 89%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도 변이 바이러스는 확산 추세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지난달 29일까지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인도 등 이른바 주요 4종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확진자는 총 1592명으로 불어났다.
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미국 워싱턴대, 월터리드 미육군 연구소(Walter Reed Army Institute of Research), 듀크대, 캘리포니아공과대학 등이 여러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한번에 잡는 다가 백신을 연구중”이라며 “아직 비임상이거나 임상 1상 등 초기 단계이지만 향후 중요 분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백린 교수는 최소 1~2년 내에는 두 개의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를 한번에 잡는 2가 백신 개발 흐름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다가 코로나 백신 개발에 좀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다가 백신 개발이 희망사항이긴 하지만 쉽지는 않다”며 “독감도 3가에서 4가 백신이 나오는 데 20년 가량 걸렸다”고 했다.
특히 매년 독감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독감을 동시에 겨냥하는 ‘혼합 백신(결합·다중 백신)’은 더 이른 시일 내에 백신 개발 경쟁의 한 분야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와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미국의 노바백스는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을 동시에 겨냥하는 혼합 백신을 개발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 백신 개발에 협력하기로 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고려대와 고려대병원, 제약회사 등이 손을 잡고 추진하고 있는 ‘산학연병’(産學硏病) 협력 성격의 ‘백신혁신센터’(VIC-K)에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플랫폼을 바탕으로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에 예방하는 다중 백신을 개발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다가 백신을 넘어 하나의 백신으로 코로나 모든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범용 백신’이 백신 개발의 한 축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가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 각각에 대한 백신을 만들어 혼합한 것이라면, 범용 백신은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나지 않는 부분을 표적으로 삼아 모든 바이러스에 효과를 노린다. 성 교수는 “독감 백신에서는 10년전부터 다가 백신을 대체할 수 있는 범용 백신 개발이 시작돼 이스라엘의 비온드 박스(BiondVax Pharmaceuticals)가 임상 3상에 진입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세피(CEPI, 전염병대비혁신연합)는 전세계 코로나 대책으로 4조원의 연구개발비를 풀어 범용 코로나 백신 개발과 신속생산 플랫폼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범용 백신 개발은 백신혁신센터뿐만 아니라 전세계 연구자들이 모두 궁극적으로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