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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주택가격이 거의 7년 만에 최대 폭 상승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에 따른 교외 주택 수요가 강한 데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역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주식, 원자재, 비트코인 등에 더해 부동산 시장까지 들썩이고 있는 셈이다.
미국 집값 7년래 최대폭 급등
26일(현지시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다우존스 지수(S&P Dow Jones Indices)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계절조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9.5% 급등했다. 미국 전역의 집값이 평균 10% 가까이 올랐다는 의미다. 지난 2014년 2월(10.1%↑) 이후 6년9개월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이 지수는 칼 케이스 웰즐리대 교수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공동 개발한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가격지수다. 2000년 1월을 100으로 놓고 지수를 산출한다. S&P와 부동산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수 위원회가 관리를 맡고 있어 공신력이 높다.
미국 전 지역의 집값이 올랐다. 주요 20개 대도시의 지난해 11월 지수 상승률은 9.1%를 기록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가 전년 동기와 비교해 무려 13.8% 뛰며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워싱턴주 시애틀(12.7%),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12.3%), 매사추세츠주 보스턴(10.4%) 등은 두자릿수를 보였다. 다만 뉴욕주 뉴욕(8.2%), 일리노이주 시카고(7.5%) 같은 손꼽히는 대도시들의 경우 평균보다 낮았다.
‘거래량 폭증’ 교외 주택 수요↑
팬데믹이 잠잠하던 미국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른 셈이다. 지난해 미국 기존주택 거래량은 총 564만건으로 2006년(648만건)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 기준)했다. 기존 주택은 미국 전체 주택거래 시장의 90% 정도다. 오히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게 최근 부동산 시장 분위기다.
코로나19 이후 풀린 엄청난 유동성 역시 한몫했다. 지난 21일 기준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2.77%다.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팬데믹 이전 2019년 말과 비교하면 1%포인트 안팎 떨어진 수치다. 게다가 미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같은 주택 규제가 한국에 비해 완화적이다. 주식, 원자재, 비트코인 등에 못지않게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셈이다.
다른 주택지표들도 흐름이 비슷하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규주택 착공 건수는 연율 환산 기준 167만건으로 나타났다. 2006년 말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다. 향후 시장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신규주택 허가 건수는 큰 폭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수치는 4.5% 증가한 171만건으로 집계됐다.2006년 이후 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