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명절이면 갓 결혼한 여성들의 ‘탄식’이 이어진다. 차례 음식 마련 등 익숙하지 않은 명절 노동을 전담하는 것도 이유지만, 영 익숙해지지 않는 시가 관련 호칭도 큰 이유 중 하나다.
여성가족부가 야심차게 불평등한 가족 내 호칭 개선에 나서겠다고 한 후 2년이 다 돼 가지만, 호칭 개선 이야기는 어느샌가 사라지다시피 한 상황이다.
전통적인 호칭을 정부가 나서 바꿀 수 없다는 반대 여론에 호칭 개선 권고는커녕 이제는 여가부마저 호칭 개선 캠페인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고향을 찾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음식 장만 등 명절 노동 부담은 꽤 사라졌지만, 비대면으로라도 인사를 나누다 보니 불평등한 호칭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호칭을 개선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오히려 꾸지람을 듣거나 가족 내 갈등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듣는 것이 어렵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여가부는 2019년 호칭 개선 권고안을 만들겠다고 한 후 일부 반대에 부딪혀 한발 물러선 후 명절마다 캠페인이나 홍보를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사라졌다.
‘성평등한 명절’을 보내자는 여가부의 캠페인에는 달랑 ‘성평등한 호칭을 쓰자’는 간략한 내용이 포함돼 있을 뿐이다.
그나마 서울시가 명절이면 꾸준히 도련님과 아가씨, 시댁과 외할머니 등 불평등이 포함된 단어를 대체할 ‘성평등 명절 사전’ 등을 내놓고 있는 정도다.
서울에 거주하는 37세 이영은 씨(가명)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홍보라도 하면 어른들에게 정부도 이렇게 권유한다고 얘기라도 꺼내볼 수 있는데 홍보조차 제대로 하지 않으니 바뀔 수가 있겠느냐”며 “불평등을 당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나몰라라 하고 어른들 눈치만 보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편 2018년 추석부터 진행되고 있는 성평등 명절사전에 따르면 도련님과 아가씨 호칭은 ‘~씨’로 바꿔 부르고 친가와 외가는 ‘아버지 본가, 어머니 본가’로, 외할머니는 그냥 할머니로 바꿔 부르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