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추가 연장에…개미 ‘화색’ 외국인 ‘난색’

외국인 1조6000억원어치 팔고 개미 1조5000억원치 담고
불활실성 해소 동학개미운동에 ‘힘’…외국인 ‘Bye’ 코리아
  • 등록 2020-09-01 오전 12:10:00

    수정 2020-09-01 오전 7:11:57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공매도 금지기한이 6개월 연장되자 개미들이 일제히 환호하며 하루 만에 1조5000억원 어치를 담았다. 공매도 인한 주가하락 우려가 잠시 해소됐기 때문이다. 반면 공매도 금지기한 해제를 기대했던 외국인들은 일제히 ‘팔자’에 나서며 발을 빼는 모습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수급 불확실성 해소라는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거품이 시한폭탄이 터질 시점만 늦춰졌을 뿐 장기적인 관점에서 증시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1조6361억원 어치를 팔았다. 이는 역대 최대 매도액이다. 특히 주식을 대량으로 거래하는 프로그램 매매를 통한 비차익거래로만 1조5197억원어치를 팔았다. 반면 개인은 1조5695억원어치를 샀다. 지난 5월 4일(1조7000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매수 기록이다.

금융위원회가 오는 9월 15일 종료예정이었던 공매도 금지기한을 내년 3월 15일까지로 추가 연장하자 투자자별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 비중이 59%(2019년 기준) 높다 보니 외국인의 발 빼기가 가장 먼저 감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가 외국인 자금의 헷지 수단을 제한하기 때문에 외국인 수급 측면에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거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의 유입이 아직 본격적으로 재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 산정 기준 중 시장 규제, 거래, 대주 등 운용체제의 효율성 부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공매도 금지가 길게 보면 득보다 실이 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들의 ‘팔자’ 행렬에 공매도 보다 다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연장, 국내 코로나 재확산 불안감 이외에도, MSCI 지수 리밸런싱 당일이어서 기계적인 매도세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31일 외국인 대량 순매도의 경우 MSCI 지수 리밸런싱 수급 영향이 다른 요인들보다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금지기한 연장이 증시에 당장 큰 영향으로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미 국회에서 공매도 금지 법안이 발의되는 등 시장에서도 공매도 금지 연장으로 분위기가 충분히 조성됐기 때문이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이미 공매도가 금지된 지 상당시간 지나 공매도만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대차잔고의 경우 많은 부분 상환됐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가지수의 방향성을 공매도와 연결 짓기보다 종목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관심 종목으로 공매도가 활발했던 종목 중 공매도 금지 후 숏커버와 수익률의 상관성이 명확했고, 최근 업종대비 수익률이 부진한 종목을 볼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종목은 숏커버의 수혜를 봤으나 9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다시 공매도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이유로 소외당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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