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막힌 中企 수출]②주문량 절반 뚝 "상반기 못 넘겨"

코로나 글로벌 확산에 수출 中企, 수출 감소·영업 위축 등 토로
중기중앙회 조사, 수출 中企 70.2% "6개월 이상 감내 못해"
정부, 은행권에 자금 지원 지시했지만 "현장에서 체감 어려워"
박희재 서울대 교수 "中企 채권 발행, 국책은행 매입 방식 필요"
  • 등록 2020-04-20 오전 6:10:00

    수정 2020-04-20 오후 5:47:08

항해 중인 컨테이너선 모습. (출처=이미지투데이)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전자부품업체 A사 김모 대표는 10년 전 창업한 후 일본 업체들이 주도해온 반도체 정밀부품을 국산화하는데 주력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을 중심으로 거래하며 기술력을 검증 받은 A사는 지난해 일본과 미국 등 글로벌 업체들과도 거래하기 시작하며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은 30%에 달했다. A사는 올해 반도체 경기 회복과 함께 수출액 증가 등 영향으로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매출액을 내다봤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변수를 만나면서 A사는 경영상 차질을 빚고 있다. 올 들어 현재까지 해외로부터 수주한 물량은 전년 동기보다 60% 이상 줄었다. 이마저도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올해 1월에 계약한 게 대부분이다. 김모 대표는 “반도체 정밀부품은 일반 소비재와 달리 거래처를 직접 찾아가 장기간 기술 미팅을 진행하고 수차례 검증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며 “하지만 주요 수출국으로의 입국이 막히고 현지에서의 이동 역시 제약을 받고 있어 올해 예상했던 해외 수주가 기약 없이 미뤄지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수출 중소기업 CEO들이 어려움을 호소한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드는 추세여서 내수시장에서 활동하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경영 여건이 회복할 조짐을 보인다. 하지만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는 여전히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수출 중소기업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여기에 한국인 입국제한·금지 조치를 취한 국가들도 중국과 베트남 등 180여개에 달해 현지 입국을 통해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는 작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외 법인 등 거점이 있는 중소기업 역시 현지에서의 이동금지와 봉쇄 등 조치로 인해 정상적인 영업 활동이 불가능하다.

19일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 10곳 중 4곳(40.1%)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올해 수출액이 전년보다 10%에서 30%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응답했다. 이어 △10% 미만(34.9%) △30~50%(15.7%) △70% 이상(4.8%)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피해(복수응답)로는 △해외 전시회 취소 등으로 수주 기회 축소(73.8%) △입국금지 조치로 해당 국가 내 영업 활동 제한(62%) △부품 및 원자재 수급 애로로 인한 계약 취소(18.6%) 등 응답이 있었다.

수출 중소기업 CEO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올 들어 현재까지 해외로부터 수주한 물량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크게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통신장비에 주력하는 B사 대표는 “당초 올해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인프라 투자 확대로 통신장비 수요 역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올 들어 해외 수주 물량은 전년 동기보다 80% 이상 줄었다”며 “임원은 이미 월급을 반납했으며, 추가적으로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휴직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C사 대표는 “올해 1분기엔 전년 동기보다 수주 실적이 소폭 줄면서 어느 정도 선방했다. 올해 초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거래처를 확보한 영향이 크다”며 “하지만 올 2분기 들어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수출국에서 이동금지 등 강력한 정부 조치가 내려지면서 현지 법인과 딜러를 통한 수주 활동이 크게 위축한 상황이다. 올 1분기 중 예상했던 대규모 해외 수주 역시 올 하반기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중소기업 CEO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할 경우 버틸 수 있는 기간을 올 상반기까지로 예상했다. A사 김모 대표는 “현재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하기 전에 수주한 물량을 제조하고 납품하는데 주력한다. 이런 방법으로 오는 5~6월까지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이후엔 회사 현금도 바닥나고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질 경우 감내할 수 있는 기간으로 △1~3개월(35.9%) △3~6개월(34.3%) △6개월~1년(10.3%) △1개월 이내(9.9%) △1년 이상(9.6%) 순으로 응답했다. 수출 중소기업 10곳 중 7곳(70.2%)은 올 하반기까지 버티기 어려운 셈이다.

수출 중소기업 CEO들은 정부 당국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자금지원이 원활히 이뤄지는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주요 수출국을 대상으로 입국제한을 해제하기 위한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사 대표는 “정부에선 중소기업에 자금 지원을 하라고 하지만, 실제 은행권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이미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상황이라 대출이 여의치 않다”며 “정부 당국이 실제로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원활한지 현장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출 중소기업 에스엔유(080000)를 창업한 박희재 서울대 교수는 “현재 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현금 확보다. 대부분 수출 중소기업이 올해 초 주문 받은 걸로 연명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향후 한두달을 버텨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을 찾아가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줄서고 심사받다가 망할 수 있다. 기업이 채권을 발행하고 이걸 국책은행이 매입해주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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