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39년 전 태동한 EUV..韓 22년째 도전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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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0-04-14 오전 5:03:00

    수정 2020-04-14 오전 5:03:00

삼성전자가 올 2월부터 본격 가동한 EUV 전용 ‘V1 라인’. (사진=삼성전자)
[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극자외선(EUV) 노광기술은 지금으로부터 39년 전인 1981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와 스탠퍼드대에서 장(長)파장 엑스(X)선을 반사 원리를 이용해 이미징한 연구결과에서 출발했다. 이듬해인 1982년엔 일본 NTT의 기노시타 박사가 이를 이용한 축소투영 결과를 발표하면서 반도체 산업에서 EUV의 응용가능성이 인정받기 시작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공식적인 차세대 노광기술로서 미국 국립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기초연구가 시작됐고, 본격적인 핵심기술 개발을 위해 미국과 일본, 유럽 등에서 경쟁과 협력이 이뤄졌다.

우리나라에선 22년 전인 1998년 한양대에서 이뤄진 소규모 개인연구사업을 통한 EUV 관련 광학소재 연구가 시초다. 이어 2002년부터 시작한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지원 ‘차세대 신기술 개발사업단’을 발족, 2011년까지 약 9년간 컨소시엄 형태로 대규모 사업을 진행했다.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에서도 EUV 노광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 사업에는 한양대를 중심으로 삼성전자(005930), 동진쎄미켐(005290), IMT 등의 기업과 포항가속기연구소, 성균관대, 부산대, 서울대 등이 참여했다. 또 이 사업을 통해 포항가속기 연구소에 EUV 연구개발 전용 빔 라인과 여러 실험 설비들을 우리 손으로 설계하고 제작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를 통해 축적한 경험들은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EUV 노광기술의 양산 적용을 이루는데 초석이 됐다.

하지만 EUV 노광기술이 실제 양산에 적용되기까지는 수많은 우여곡절과 함께 양산적용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했다. EUV는 단파장 특성으로 인해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술보다 훨씬 집적도가 높은 반도체 소자의 생산을 가능토록 했지만 모든 물질에 흡수돼 소멸하는 특성으로 인해 기존 기술의 연장이 아닌 전혀 다른 원리를 이용한 노광, 검사장비와 새로운 소재, 부품의 개발이 필요했다. EUV를 통한 반도체 양산에 필수 장비인 노광기(웨이퍼에 패턴을 그리는 기계)도 1980년대에 개발이 시작됐다. 네덜란드 회사인 필립스의 조인트 벤처로 1980년대 초에 31명의 인원으로 시작한 ASML이란 회사는 노광기 분야의 절대 강자였던 일본의 니콘과 캐논보다 노광기 사업화가 늦었다. 그러나 기술 난이도가 높아지며 ASML의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이 2000년대 ‘알곤 플로라이드’ 및 ‘알곤 플로라이드 이머전’ 장비부터 효과를 보면서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해, 결국 EUV 노광장비 시장을 독점하게 됐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제1세대 EUV 양산장비는 한 대당 약 200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연간 약 30대 정도를 생산하고 있지만 전 세계 수요에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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