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 |
|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사진 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30일(현지시간) 향후 25년간 2조달러(약 2330조원) 규모의 사회간접자본(인프라) 투자에 합의했다.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의혹과 관련, ‘탄핵’ 추진까지 거론되는 등 양측간 대치전선이 확연해진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됐다. ‘싸울 땐 싸우더라도, 국익을 위해선 손을 맞잡는’ 미국 워싱턴 정가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주는 대목으로 평가받는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왼쪽)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약 90분간 회동한 뒤 기자들에게 이처럼 밝혔다. 슈머 원내대표는 “아주 건설적인 회의였다”며 “백악관과 우리는 크고 과감한 방법으로 인프라에 관한 일을 하길 원한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법률안을 진전시키는 데 호의가 있었으며 그동안의 다른 회의들과는 달랐다”며 “이건 매우 좋은 시작으로, 우리는 그것이 건설적인 결론에 도달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펠로시 의장도 “대통령과 나눈 대화에 매우 흥분된다”며 “우리는 초당적으로 협력할 기회가 있다”고 했다. 이어 “양측은 하나의 합의에 도달했으며, 그 합의는 크고 대담할 것”이라고 했다. 양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금 지원 구상을 듣고자 향후 3주 내 다시 접촉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가 주목받는 건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및 사법방해 의혹을 수사했던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의 최종 보고서 공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수법방해 시도 정황이 확인되면서 민주당이 추가 진상조사를 추진하는 등 양측 간 가열된 대립 속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슈머 원내대표는 “과거 회동에서 대통령이 ‘이런 조사가 계속되면 같이 일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그는 (이번에는) 그것을 꺼내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두 일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며 “그가 그렇게 하지 않아서 기뻤다”라고 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회동 후 성명에서 “양측은 미국의 도로와 고속도로, 교량, 터널, 철도, 항공체계 현대화, 광대역 통신 확대 등 인프라 재건에 대해 훌륭하고 생산적인 논의를 했다”고 밝힌 뒤 “대통령은 초당적으로 협력해서 미국민을 위해 일이 처리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회동 분위기는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과 그에 따른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폐쇄, 소위 셧다운 사태 해결을 위해 가졌던 작년 12월과 올해 1월 회동 때와 완전히 달랐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의회전문매체 더 힐에 “이번 토론에서는 정중함이 유지됐다”고 했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건넨 ‘틱택’(사탕)까지 사양하지 않고 받았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회동 당시 소강상태가 지속하자 30분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간 뒤 트위터에 “방금 척과 낸시와의 만남에서 나왔다. 완전한 시간 낭비였다”고 맹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