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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법원에서는 항상 채무자 본인만 보이지만 채무자 뒤에는 항상 가정이 있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가정은 공동생활을 하는 주택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고요.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은 바로 가정을 보는 것입니다.”
정준영(52·사법연수원 20기)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는 24일 서울 서초구 회생법원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개인회생을 신청한 채무자가 담보로 잡힌 집을 처분하지 않고도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채권 채무재조정 프로그램’에 담긴 숨은 의미를 이 같이 짚었다.
이 제도 도입의 기본 아이디어를 내놓은 이가 바로 정 수석부장판사다. 그는 국내 최고의 회생·파산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개인 및 기업 도산이라는 개념도 익숙지 않았던 IMF 경제위기 전후 1996~1997년 당시 서울지방법원 민사수석부에서 한보그룹 등의 회사 정리 절차를 맡았다. IMF의 권고에 따라 법원 관계자들이 선진 도산 절차를 공부할 때도 해외에 나가 선진 제도를 익혔다. 이번 프로그램의 아이디어 역시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때 미국에서 채무자와 채권자간 자율적 합의를 통해 폭락한 부동산의 성급한 담보권 실행을 막아 양쪽 모두의 피해를 줄인 ‘손실 경감 프로그램(loss mitigation program)’에 빚지고 있다.
실제 이번 프로그램은 개인회생 최대변제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기존 개인회생보다 신용채권의 회수금액이 줄어드는 경우를 방지했다. 기존 회생제도는 채무자의 소득 중 생활비를 빼고 전부 빚 갚는데 쓰는 가용소득을 모두 신용대출 상환에만 사용했지만 이 프로그램은 가용소득 중 일부를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갚는 데도 써야 한다. 그는 “채무자 입장에서 변제기간이 기존보다 늘어날 수 있어 채무자가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며 “반면 집을 지킬 수 있는 이점이 있으니 법원과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맞는지 잘 살펴보라”고 권고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이면서 집값이 6억원 이하인 주택의 실거주자만이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