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불패' 강남 무너지나

보수 철옹성 강남 3구 20여년만에 판세변화 예고
80%대 육박 文 대통령 지지율에 한국당 악재 겹쳐
조은희 서초구청장 재선에 이정근 민주당 후보 도전장
송파구, 일자리·맞춤복지·주거 공약 두고 여야 격돌
현직 구청장 구속 강남구 정순균 Vs 장영철 압축
  • 등록 2018-05-21 오전 6:30:00

    수정 2018-05-21 오전 8:26:35

(왼쪽부터) 이정근 더불어민주당 서초구청장 후보와 조은희 자유한국당 서초구청장 후보(현 서초구청장). (사진= 각 후보 선거사무소)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보수 철옹성이던 서울 강남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흔들리고 있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자충수와 문재인 대통령과 높은 당 지지율에 힘입은 더불어민주당의 공세가 맞물리면서 보수층의 마지막 보루였던 강남·서초·송파 소위 강남 3구마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보수 철옹성 강남 3구 20여년만에 판세변화 예고

강남3구 구청장은 1995년 민선 1기 이래 보수정당 인사들이 독차지해 왔다. 유일한 예외는 민선 1~2기 송파구청장을 지낸 민주당 소속 김성순 전 구청장 뿐이다. 강남 3구는 1990년대 이후 천청부지로 이 지역 집값이 치솟으면서 부유층에 대한 과세 강화, 부동산 가격 안정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추진해온 진보 성향 정권에 대한 반감을 투표를 통해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다. 특히 고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한 종합부동산세 도입 이후 이 지역에서 진보세력은 선거때마다 참패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이같은 판도가 뒤집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80%대에 육박하는데다 민주당 지지율 또한 50%대를 유지하는 등 제1 야당인 한국당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어서다. 신연희 현직 강남구청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는 등 한국당내 악재도 판세 변화를 점치는 이유다.

다만 민주당으로선 현직 구청장들에 대한 강남 3구 주민들의 높은 구정(區政) 지지도 및 신뢰도가 가장 큰 장벽이다.

보수당 지방선거 무패 서초구 변화 조짐

서초구는 한국당 소속 조은희 구청장이 재선에 도전한다. 그는 과거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으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임기 동안 ‘서초형 모범 어린이집’을 도입하고 공동육아 사업을 활성화 하는 등 보육 친화적인 환경을 구축해 지역 여성들의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조 구청장은 주민들에게 핸드폰 번호를 공개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생활 속 불편사항을 구청장에게 직접 토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주민 친화행정을 펼쳐 주민들의 환영을 받아왔다. 밀착행정의 대표사례로 꼽히는 횡단보도 그늘막이 조 구청장의 아이디어다.

조 구청장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나 재건축 문제 등 서초구에 복잡하게 얽힌 사안이 많다. 행정문외한이 이를 일일이 배우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경험이 풍부한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조 구청장은 최근 법률소비자연맹이 실시한 ‘민선 6기 기초단체장 선거 공약 이행평가’에서 서울시 자치구 1위, 전국 5위를 차지해 공약 이행평가 대상을 수상했다.

민주당은 조 구청장을 상대할 카드로 MBC ‘PD수첩’ 방송작가 출신인 이정근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이 후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지원유세에 나서는 등 민주당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다.

이 후보는 “매일 1%씩 지지율을 올릴 수 있게 죽을 힘을 다해 뛰겠다.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는 서초구민들의 바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교육 및 보육 환경에 관심이 많은 부모 유권자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 △학교시설 개선 △학교지원 완비 △교육 인프라 확충 △청년 주택 제공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공원시설을 보강해 서초를 문화와 환경이 융합한 세계적 도시의 랜드마크로 건설 등 친환경 공약들도 강조하고 있다.

박성중 한국당 의원(서초을)은 “최근 서초구청장이 민주당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거의 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최선을 다해 지역 민심을 잡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왼쪽부터)박성수 더불어민주당 송파구청장 후보와 박춘희 자유한국당 송파구청장 후보(현 송파구청장)(사진=각 후보 선거사무소)
송파, 일자리·맞춤복지·주거 공약 격돌

송파구에선 한국당이 민선 5~6기 재선 구청장인 박춘희 구청장을 일찌감치 전략공천하고 선거전에 돌입했다. 동네 분식집 사장님을 시작으로 늑깎이로 사법고시를 패스한 입지전적 경력과 합리적인 구정 운영으로 구민들에게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점을 높이 산 한국당 지도부는 박 구청장이 강남 3구 수성의 축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송파실벗뜨락’을 통한 어르신 일자리 창출에 이어 ‘송파여성경력이음센터’를 통해 경력단절 여성의 취업, 창업 지원을 강화 등이 임기 중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청소년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목표아래 전국 최초로 구청 내 청소년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박 구청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간제 보육, 아이돌봄 서비스 확대 △동별 2개소 이상 구립어린이집 확충 △어린이집 보조교사 시설 당 2명 이상 지원 등 보육 공약에 집중했다.

민주당에서는 박성수 참여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공천했다. 박 후보는 “송파구의 주인인 송파구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구청장이 필요하다”며 송파구의 일자리, 교통체증, 주거환경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구직 단계부터 맞춤형 일자리 획득까지 논스톱 서비스 제공 △재건축문제 해결 △교통체증, 산책로 조성 문제 등 현안의 조속한 해결 △여성 경력단절 방지 취업 컨설팅 등 공약을 제시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신연희 강남구청장. (사진=연합뉴스)
현직 구청장 구속 강남구 정순균 Vs 장영철

신연희 구청장의 부재로 강남구는 한국당과 민주당이 모두 새 얼굴을 내놨다. 특히 민주당은 마지막까지 3인 경선이라는 치열한 접전 끝에 지난 19일 강남구청장 후보로 정순균 전 국정홍보처장을 확정했다. 정 후보는 당초 전략공천 대상으로 꼽혔으나 여선웅 전 문재인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청년TF 위원, 김명신 전 노무현정부 교육혁신위원회 위원 등 강남구청장 출마를 준비중이던 다른 예비후보들의 반발로 결국 경선을 거쳤다. 경선에 패배한 여선웅ㆍ김명신 후보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민주당 구청장을 만들기 위해 정 후보를 돕겠다고 밝혔다.

언론인 출신인 정 전 처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 국정홍보처장 등을 지냈고,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언론고문을 맡은 경력을 앞세우고 있다.

한국당은 신연희 구청장의 부재를 메울 후보로 장영철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을 전략 공천했다. 장 후보는 행정고시(24회)를 합격해 기획예산처 등에서 근무한 경제관료 출신이다.

그는 △영동대로 통합개발 △광역복합 환승센터, 세텍(SETEC)부지 복합개발 △구룡마을 재개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기술 산업 집약단지 조성 △청년창업지원 강화 △‘청년문화예술인 창작거리’, ‘스토리텔링 문화거리’ 조성 △복지사각지대 해소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장 후보는 “강남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세금을 부담하면서도 구 재정은 감소하고 재건축·재개발과 주요 SOC 시설투자 억제 등의 역차별을 받아왔다”며 “강남구 세금이 강남구민을 위해 먼저 쓰일 수 있도록 주민여러분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지자체와 적극 협의 하겠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후보는 김상채 전 서울고등법원 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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