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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중앙은행 릭스방크(Riksbank)의 에바 줄린(사진·Eva Julin) 이크로나(e-krona) 프로젝트 리더는 19일 이데일리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크로나가 가상화폐(암호화폐) 형태로 발행될 가능성 여부에 이같이 입을 열었다. ‘이크로나’는 릭스방크에서 연구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다. 그녀는 이크로나와 암호화폐와의 차이점에 주목하며 “이크로나가 반드시 암호화폐 형태로 만들어질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다만 블록체인의 활용 가능성은 열어뒀다. 줄린 프로젝트 리더는 “이크로나의 구체적 운용원리나 기반 기술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며 “현재 다양한 기술적 해결방안들을 고려하고 있다. 암호화폐에 활용되는 블록체인 기술도 선택지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광풍이 몰고 온 ‘현금 없는 사회’ 전망에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CBDC 연구에 속속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 CBDC 발행을 가장 먼저 현실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곳은 바로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릭스방크를 통해 2016년부터 디지털 화폐 발행을 검토해 지난해 3월 이크로나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한국은행이 올해 1월에서야 가상통화 및 CBDC 공동연구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개최하고 “당장의 도입보단 연구 차원”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중앙은행이자 세계 최초의 지폐를 발행한 스웨덴 중앙은행 릭스방크가 CBDC 발행을 서두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 줄린 프로젝트 리더는 “다른 국가들은 실시간 총액결제시스템(RTGS)에 블록체인이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나 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연구에 나선 상황”이라며 “반면 스웨덴은 현금 수요가 유독 빠르게 줄고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화폐 발행을 당면 과제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릭스방크에 따르면 스웨덴의 소매영역 현금결제 비중은 2010년에서 40%에서 2016년 15%로 대폭 하락했다.
릭스방크는 이크로나를 소비자나 기업, 기관 간 소매 결제 영역에서 먼저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줄린 프로젝트 리더는 “구체적 상용화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다만 앞으로 몇 년 내에는 디지털 화폐를 발행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매 결제부터 도입하지만 이후 활용 범위에 제한은 두지 않았다. “이크로나의 공급 범위는 수요에 따라 결정된다”는 방침이다.
각국의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에 중앙은행이 민간 상업은행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 발행으로 개인들의 지급 결제 및 계좌 관리까지 담당하며 ‘은행들의 은행’이 아닌 ‘개인의 은행’로 역할이 변화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이와 관련 줄린 프로젝트 리더는 “역사적으로 중앙은행은 결제 시장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중앙은행은 현재까지 동전과 지폐를 공급하고 재정 기관 간 안전한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담당해왔지만 개인들이 실물화폐를 더 이상 원하지 않을 때 이코로나의 역할도 단순히 현금을 대체하는 수단에서 그 이상으로 점차 자연스러운 진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줄린 프로젝트 리더는 올해 이크로나 프로젝트의 목표로 구체화와 확장을 꼽았다. 현재 릭스방크는 다양한 기술업체들과 미팅을 열고 이크로나에 활용된 기술들을 폭넓게 검토 중인 단계다. 줄린 프로젝트 리더는 “이크로나의 운용원리를 구체화하고 기술업체와의 협약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크로나의 파급효과를 고려해 통화 정책이나 재정 안정성 등 논의도 확장할 예정”이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