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내 대기업 대표이사를 지낸 한 관계자는 “롯데의 위기가 신세계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재벌기업은 총수가 수의를 입는 순간 모든 신사업이 ‘올스톱’ 된다. 기회를 틈타 (신세계가) 반격을 준비한다면 업계 판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영어(囹圄)의 몸이 되면서, 국내 유통업계를 선두에서 이끌던 롯데의 입지가 위태로워졌다. 롯데의 국내외 신사업을 직접 챙겨온 신 회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업계 2인자인 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 지휘 아래 온·오프라인 신사업의 고삐를 바짝 죄는 모습이다.
◇온라인 공 들이던 롯데·신세계…극과 극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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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이 올해 인사에서 롯데닷컴의 설립을 주도한 김경호 롯데닷컴 영업본부장을 롯데닷컴의 대표로 승진시킨 것도 온라인 사업 확장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가 올해 엘롯데, 롯데아이몰, 롯데마트몰 등 5개 사이트의 모듈을 통합하기로 결정한 것도 옴니채널 강화를 위해서다.
그러나 신 회장이 구속되면서 향후 이커머스 사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총수가 언제 경영에 복귀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투자 등은 어렵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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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동빈 부재에 신사업 올스톱…정용진은 ‘광폭 행보’
특히 ‘에코스마트시티’의 경우 신 회장의 야심작으로 꼽혔다. 호찌민시에 백화점과 쇼핑몰 등 상업시설과 호텔, 오피스, 아파트 등을 조성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총 사업비만 약 2조원에 달한다. 롯데는 지난해 에코스마트시티 조성을 전담하는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간다. 신 회장은 설 연휴 이후 베트남 사업장을 점검하기 위해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구속되면서 계획이 무산됐다.
반면 신세계는 정 부회장 주도로 국내외 오프라인몰 사업에도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1월 13~17일 베트남에 머물며 이마트 고밥점을 방문해 현지 사업 확장 가능성을 점검한 데 이어, 설 연휴 기간에는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현재 정 부회장은 해외 유명 유통매장을 벤치마킹한 잡화매장을 선보이기 그룹 실무진들과 새 유통매장에 들여놓을 제품을 직접 선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재계 순위 5위인 롯데와 11위인 신세계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유통만 놓고 보더라도 매출에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며 “그러나 유통 시장이 성장정체기에 접어든 상황이라, 앞으로 내놓는 신사업의 성패에 따라 순위는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 시장을 읽고 빠르게 판단하는 오너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