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은 우리 몸에 들어오는 영양소의 분해와 저장에 관여하고 면역체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간 기능이 훼손되더라도 대부분 통증이나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침묵의 장기’라고도 불린다. 국가 건강검진의 활성화로 간의 이상 징후를 발견할 확률이 높아졌지만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증과 같은 드문 질환을 제 때 발견하지 못하면 간 이식 상황까지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담관에서 생긴 염증으로 ‘간경변’까지
보통의 경우 간에서 생성된 담즙은 간에 있는 작은 담관을 통해 간 밖으로 배출된다.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은 담관에 발생된 염증에 의해서 간이 손상되는 질환을 말한다. 초기에 발견해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비교적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데, 이 시기를 놓치면 손상된 간이 간경변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은 흔한 질환은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 한해 3,522명이 이 질환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환자수는 꾸준히 느는 추세다. 지난 2012년 2,126명이었던 환자가 2016년에는 3,522명으로 5년 새 약 66%나 증가했다. 다른 면역질환처럼 여성에서 많이 나타나며 전체 환자 중 여성이 84%(2,957명)를 차지했다.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을 진단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다. 우리가 간기능 검사라고 부르는 혈액검사만으로 가능하다. 간기능 검사 항목에는 AST(아스파르테이트 아미노전이요소), ALT(알라닌 아미노전이요소), ALP(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 GGT(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 등이 있다. 다만 이를 해석함에 있어 전문의의 진단이 중요하다. 각각 항목의 수치가 정상범위에 있는지 단순하게 보기보다는 시간에 따른 변화 양상 및 각 항목 사이 조합된 해석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기 발견시 약물치료 가능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은 조기에 발견하면 약물로 조절이 가능한 질환이다. 염증을 완화하고 담즙배설을 촉진하는 우루소디옥시콜린산(UDCA)이나 다른 약물을 투여해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하지만 발견을 놓치거나 치료를 방치할 경우, 결국 간경변으로 진행 할 수 있다. 또한 간경변이 심해져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 간이식수술까지 고려해야 한다.
간경변증이 심해져 간이식을 해야한다면 뇌사자의 장기가 부족한 우리나라는 85% 정도가 생체 간 이식을 고려할 수 있다. 생체 간 이식은 건강한 사람의 간 좌엽이나 좌엽의 일부 또는 우엽을 떼어내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법이다. 복잡한 과정 없이 기증자만 나타나면 바로 가능하다.
신현필 교수는 “간은 재생이 되는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수술 후 수개월이 지나면 충분한 크기로 커진다”면서 “뇌사자 장기는 이식 당시에 어느 정도 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반면 생체 간이식은 그렇지 않아 뇌사자 간이식 보다 3년 생존율도 더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