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삼성그룹을 창업한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이 세상을 떠난지 꼭 30년이 되는 해다. 이런 시점에 삼성은 이 선대회장이 “삼성 고유의 것”이라고 강조했던 컨트럴타워 중심의 그룹 경영을 버리고, 각 계열사 독립 경영이란 완전히 새로운 미지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로 인해 이 선대회장이 말년에 남긴 자서전인 ‘호암자전’(湖巖自傳)이 다시금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선대회장은 호암자전에서 미전실의 전신으로 1959년 자신이 직접 지시해서 만든 삼성물산 비서실에 대해 “기획·조사·인사·재무의 조정·심사 등 오늘날의 삼성 비서실의 기능들은 1950년대 후반부터 자리 잡혀온 삼성 고유의 것”이라며 “각사 사장에게 회사 경영을 분담시키고 비서실이 그룹의 중추로서 기획·조정을 하는 운영체제이기 때문에 나는 경영, 운영의 원칙과 인사의 큰 틀만 맡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업 경영의 근간은 처음부터 ‘책임경영제’에 있었다”며 “비서실을 두어 그룹 전체의 통괄을 일임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결국 미전실 해체로 이 선대회장이 추구했던 컨트럴타워 중심의 책임경영은 사라지게 됐다.
이 선대회장은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세계적인 장기불황과 선진국들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값싼 제품의 대량수출에 의한 무역도 이제 한계에 와 있어, 이를 극복하고 제2의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첨단기술 개발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또 이 책에서 “반도체 산업이란 고가의 기기들이 계속 투입돼야 하는 장치 산업이면서 잠시도 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험난한 사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선대회장은 기업 발전을 위한 조건으로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이 선대회장은 호암자전 서문에서 자식이나 손자 그리고 삼성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도 남겼다.
그는 “험한 길을 걸어오면서 내가 얻은 하나의 결론은 기업 경영에는 지름길이 없다는 것이다. 지름길이 없는 이상 그 길은 험난하다. 험난함에 지친 나머지 이따금 찾아드는 좌절감을 극복하면서 스스로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봉사’(奉仕)야말로 최고의 도덕이라는 나의 신조, 바로 그것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