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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다”…배우 황정민의 감동적인 ‘밥상수상’ 소감
“사람들에게 일개 배우 나부랭이라고 나를 소개합니다. 60여명의 스태프들이 차려놓은 밥상에서 숟가락만 얹었을 뿐입니다. 나는 그저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나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죄송합니다. 트로피의 여자 발가락 몇 개만 떼어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배우 황정민, 제26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 中)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보면서 배우 황정민의 과거 수상소감이 떠올랐습니다. 최고의 연기력과 흥행성을 두루 갖춘 황정민은 지금이야 ‘넘사벽’ 1000만 배우로 불리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충무로의 기대주로 불리는 무명배우였습니다. 쉬리, 와이키키 브라더스, 바람난 가족, 달콤한 인생 등에서 인상적인 조연으로 활약했습니다. 그가 대중적 눈길을 사로잡으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남자배우로 올라선 것은 전도연과 함께 했던 영화 ‘너는 내 운명’ 이후입니다. 2005년 청룡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황정민은 그 유명한 ‘밥상·숟가락’ 수상소감을 남깁니다. “스태프들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다.”
“‘박근혜 퇴진 촛불 시네마’가 막을 내렸습니다. 21세기 국민이 20세기 정치권을 압박해 19세기 대통령을 끌어내렸습니다. 아직 헌법재판소의 최종 탄핵심판 결과가 남아있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촛불민심은 최우수작품상과 각본상, 연출상을 모두 휩쓸었습니다. 한마디로 위대한 시민혁명의 연출가이자 주인공이었습니다.”
◇탄핵표결, 민심과 정확하게 일치…野 “숟가락 버리고 밥상 차려야”
대통령 탄핵가결 이후 야권의 반응은 하나로 요약됩니다. “위대한 국민의 승리다.” 풀어보면 촛불민심이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다는 고백과 반성의 목소리입니다.
2016년 12월 9일 촛불민심의 명예혁명은 4.19혁명과 6월항쟁의 역사를 계승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뼈아픈 실패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4.19 혁명으로 탄생했던 내각책임제 2공화국 정부는 5.16 군사쿠데타로 몰락했습니다. 87년 6월항쟁을 통해 쟁취한 대통령직선제는 김영삼·노태우 양김분열로 군사정권 연장을 가져오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습니다. 국민이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던 정치권이 과욕을 부리면서 결국 밥상을 걷어찬 꼴입니다.
촛불민심이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던 야권의 책임이 무엇보다 막중해졌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습니다.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체제가 들어서기는 했지만 임시 체제일 뿐입니다. 야권 주도로 정국수습은 물론 차기 대선까지 투명하고 합리적인 정치 스케줄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촛불민심은 4.19혁명과 6월항쟁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을 두고만 보지 않을 것입니다. 야권은 이제 숟가락을 버리고 밥상을 차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촛불민심은 야권을 향해서도 레드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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