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의 장으로 변질…4년새 2배 폭등
세종시에 불어닥친 투기 광풍은 지역 부동산 시장을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다. 6일 세종시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세종시의 땅값(개별공시지가) 누적 상승률은 전국 평균(17.2%)의 5.8배인 100.6%에 달한다. 아파트 투기도 활발해졌다. 지난해 세종시 내 아파트 분양권에 대한 양도양수건은 1만건에 육박한다. 최근 3년간 이 지역에서 신규분양한 아파트가 4만 8000가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아파트 당첨자 60% 이상이 분양권을 매매한 셈이다. 문제는 세종시에서의 아파트 분양이 대부분 주거가 아닌 재테크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점이다.
특히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자 특별분양제도를 통해 세종시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일부 공무원들이 시세차익을 노려 아파트를 팔아버린 뒤 다시 서울서 출퇴근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지탄을 받고 있다.
올해 행정자치부 예산안에 반영된 공무원 통근버스 운행 경비는 128억원. 이중 77.3%인 99억원이 정부세종청사 통근버스 예산이다. 수도권과 정부세종청사를 오가는 통근버스를 이용하는 공무원은 하루 평균 1900여명이다. 세종시 36개 기관 종사자(1만 3000명)의 14.6%에 달한다.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권을 팔고 수도권에서 출근하는 공무원들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고,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시의 공동주택 평균 청약경쟁률은 2013년 1.4대 1에서 2014년 12.9대 1, 지난해 18.5대 1로 해가 갈수록 치솟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올해부터 특별분양 비율을 낮추고, 일반분양 비율을 높인다는 방침이어서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아파트 청약 경쟁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그동안 이 지역에서의 아파트 청약 당첨은 로또로 불렸다. 웃돈이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 규모다. 이는 분양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1년 세종시에서 첫 아파트 분양이 이뤄졌을 당시 대전 유성의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900만~1000만원에 육박했으나 행복청과 LH는 정책적으로 3.3㎡당 600만원 중반대로 분양가를 낮게 책정했다. 그러나 세종시에서 분양 불패 신화가 이어지면서 분양가는 계속 치솟았고, 현재는 900만원대 초중반대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3.3㎡ 당 1000만원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지역의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은 “행복도시는 정부가 토지를 일괄매입해 조성했다는 점에서 개발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토지 공급가격의 변동 요인 자체가 적지만 행복청과 LH가 시기상을 이유로 분양가격을 엄청나게 끌어올리면서 부동산 투기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치면 대전으로’ 병원도 없는 반쪽 도시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박모(43)씨는 최근 아찔한 경험을 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박씨는 휴일날 가족과 함께 동네 공원을 찾았다가 아이의 발이 자전거 뒷바퀴에 끼는 사고를 당했다. 박씨는 수소문 끝에 대전 유성의 종합병원을 찾아갔지만 이곳에서도 응급처치는 불가능했다. 결국 대전시내에 위치한 대학병원에 가서야 아이의 발을 치료할 수 있었다.
세종시 개발이 현정부 들어 국책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예산을 삭감당한 것도 큰 타격이다. 행복청 예산은 2006년 345억원에서 꾸준히 증가해 2009년 5647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추세다. 올해 편성된 예산은 2684억원으로 지난해의 5220억원과 비교해 2536억원(48.6%)이나 급감했다. 이로 인해 교통망 확충 등 세종시 자족기능 구축작업이 지연되고 있어 주민들의 불편은 계속될 전망이다.
옛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등 원도심 지역의 슬럼화 현상도 시급한 해결 과제다. 아파트와 상업시설 등의 건축물 신설이 예정지역 위주로 추진되면서 원도심 지역은 다세대주택(원룸)에 대한 수요만 증가해 세종시의 장기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행복도시가 국토균형발전과 국민 행복을 위한 모델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올해가 가장 중요한 해”라면서 “정치권과 정부가 좀 더 관심을 갖고,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행복도시의 자족기능을 확충하고, 병원 등 생활 기반시설을 보완하는 등의 조치가 이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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