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자동차업체 한 최고경영자는 지난 7일 이데일리 기자와 만나 “글로벌 자동차업체 BMW 근로자가 현대차(005380) 근로자보다 급여가 적다”며 “상위 10% 미만의 노동조합 관리자의 목소리를 듣기보다 전체 노동자에게 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비용 저효율의 국내 노동환경을 지적하며 “외국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하고 싶어하지만 경직된 한국의 노사문화를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대차 노조로 대표되는 자동차업계의 고비용 저효율 문제는 외국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걸림돌로 매번 지적되고 있다.
현대차의 201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규직 근로자 6만2936명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인당 9600만원이다. 비정규직 2000여 명이 추가돼 작년 9700만원보다 소폭 줄었으나 일반 직장인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높다. 기아차(000270) 역시 2014~2015년 1인당 평균 급여가 9700만원이었다.
현대차의 지난 2004년 1인당 평균 임금이 4900만원이었으므로 12년 새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전년 독일 자동차업체 BMW의 1인당 평균 임금은 6만6000달러(7600만원)로 현대차가 2000만원이 높다. 또한 2015년 현대차의 임금자료에 따르면 시간당 시급이 2만5350원으로 BMW 근로자 시급(19.1달러 2만2040원)보다 3000원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급 방식도 다르다. 독일 BMW는 기본급도 직무 가치와 숙련도에 따라 17등급으로 구분한다. 여기에 전년 성과 기반으로 기본급의 최대 14%까지 성과급을 지급한다. 실적에 따라 0%가 될 수도 있다. 일반적인 생산직 근로자(5등급)의 기본급은 4000만원으로 전국 생산직 근로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비해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자동차 업체는 여전히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다. 기본급은 개인이나 회사 성과에 상관없이 근속연수에 따라 자동으로 오른다. 기본급의 1000%(현대차)에 이르는 정기상여금이나 근무시간에 연동하는 야근·특근 수당도 기본급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오래 근무할수록 많아진다.
노조가 시간당 생산량 등 근무강도를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선 근로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다. 근로자들은 일한 시간만큼 돈을 벌기 때문에 근로시간이 늘어난다. 기업들은 과도한 노동비용 부담 때문에 국내 고용을 늘리기 어렵고, 결국 해외에 공장을 늘리는 구조란 게 경영계의 설명이다.
이 같은 급여 차이에도 생산성은 국내가 더 낮다. 현대차 국내 공장의 시간당 생산대수(UPH)는 통상 40~50대로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73대, 기아차 미국 조지아공장의 66대에 크게 못 미친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임금은 업무 시간 등 근로 환경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외국 기업과의 비교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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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을 비판하면서 사측에 ‘정규직 세습’ 같은 단체협약을 요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1년 단협 요구안에 ‘회사는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 근속자의 자녀가 채용 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일정 기간 현대차 직원으로 근무했고, 아들이나 딸이 현대차 직원이 되기를 원하면 정규직 신분을 사실상 ‘세습’토록 한 것이다.
기아차나 한국GM도 이미 채택하고 있던 제도였지만 국내 제조업 최고 연봉을 받는 현대차 노조의 상징성 때문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해에는 해외 공장의 생산량을 노조와 협의하라는 요구로 ‘노조의 경영권 간섭’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올해 사측에 제시한 17개 그룹 계열사 노조의 공동 요구안에도 자동차·철강·철도산업발전 미래전략위원회를 구성해 국내 생산 확대를 통한 고용 안정과 일자리 창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청년실업률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인 12.5%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으나 노동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기업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노동시장의 근본적 체질 개선과 경제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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