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신약에 밀려나는 대형 국산의약품..왜?

3Q 의약품 매출 순위..바라크루드 등 해외 신약 강세
국산 의약품 20위권내 전무..3년 전엔 4개 포진
시장 판도 주도할 대형 제품 개발 실패
다국적사 신약 판매 주력하면서 국산의약품 입지 위축
  • 등록 2015-12-14 오전 5:30:00

    수정 2015-12-14 오전 8:29:59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매출 규모가 큰 대형 국산 의약품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연이어 신약 개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을만한 제품은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국적제약사들의 신약 판매에만 집중해 국산 의약품의 입지가 위축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의약품 조사업체 IMS 헬스의 의약품 품목별 매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누계 기준 BMS의 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가 1095억원의 매출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07년 국내 출시된 바라크루드는 강력한 바이러스 억제 효과와 낮은 내성 발현율로 2011년부터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매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올해도 2위 리피토를 멀찌감치 따돌리며 5년 연속 1위를 예약했다.

화이자의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는 3분기까지 786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2위를 차지했다. 지난 2008년 특허 만료 이후 90여개 업체의 복제약(제네릭) 공세가 있었지만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로슈의 유방암치료제 ‘허셉틴’과 길리어드의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는 3분기 누계 각각 760억원, 713억원의 매출로 각각 3, 4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5년 3분기 누계 의약품 매출 순위(단위: 억원, %, 자료: IMS헬스)
반면 국내업체의 자체 개발제품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대웅제약(069620)의 ‘아리셉트’와 ‘글리아티린’이 톱20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 제품들은 다국적제약사로부터 도입한 수입 신약이다. 지난 2012년(3분기 기준) 동아에스티(170900)의 ‘스티렌’을 필두로 녹십자(006280)의 ‘알부민’, 한미약품(128940)의 ‘아모잘탄’, 동국제약(086450)의 ‘인사돌’ 등 4개 제품이 20위권에 포함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2012년 3분기 의약품 매출 순위(단위: 억원, %, 자료: IMS헬스)
한때 전체 순위 선두권을 노렸던 스티렌은 제네릭 등 후발 제품들의 견제에 3년새 매출이 무려 56.3%나 줄었다. 본격적인 국산 개량신약 시대를 열었던 고혈압복합제 아모잘탄 역시 유사 제품들의 무더기 등장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국내업체들은 올해에만 신약 4개를 허가받을 정도로 활발한 신약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아직 시장 판도를 주도할만한 대형 제품의 등장은 요원하다. 보령제약의 고혈압치료제 ‘카나브’만이 3분기 누계 20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선전하고 있는 정도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업체들이 최근 외형 확대를 위해 다국적제약사의 신약 판매에 주력하면서 국내 개발 의약품의 입지가 더욱 위축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내 제약사들은 올해 3분기 누계 10위권 의약품 중 1·2위 제품인 바라크루드와 리피토를 비롯해 톱10 제품 가운데 7개 제품을 공동판매하고 있다. 유한양행(000100), 녹십자, 대웅제약, 제일약품(002620) 등 강력한 영업력을 갖춘 국내업체들이 다국적제약사의 신약 판매에 나서면서 이들 제품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신약의 특허가 만료되면 국내업체들이 무더기로 제네릭을 내놓으면서 신약의 시장 점유율이 급감하는데, 최근에는 국내업체가 오히려 영업력을 지원하면서 신약들의 기세가 꺾이지 않는 추세다. 간혹 등장했던 대형 제네릭 제품도 눈에 띄지 않는 실정이다”고 꼬집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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